새벽 두 시쯤 깼다. 이사 후, 두 번째 맞는 아침
비비가 쌔미에게 이 집으로 오고 난 뒤 내내 하악질 중이다. 남편은 새로운 공간에서 주인에게 버려지지 않으려는 비비의 필사적인 노력이란다. 비비가 하도 질색 팔색해서 쌔미는 이틀간 침대 곁에도 못 왔다. 전주인에게 한번 버려졌던 비비, 또 버려질까 봐 그랬다니 슬프다. 우리랑 8년째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픈 기억을 어찌할 수 없지만, 얼른 잊고 따뜻하게 쌔미를 안아주는 비비로 돌아오길 바란다.
전에 살던 집이 45평(1619 sqf), 지금 집이 39평(1390 sqf) 딱 여섯 평 차이 난다. 6평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거실 한켠에 있던 나의 운동공간과 책상이 사라져야 하는 슬픈 현실. 냉장고 놓을 공간이 없어서 다이닝 공간에 쭈르르 놓고 식탁은 벽에 붙이고, 강호가 생일 선물해 줬던 비까 번쩍 의자는 다시 강호에게로
굳이 이사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 땡볕 더위에 이사를 선택한 건 변화가 필요해서였다. 그런데 변화라는 게 불편으로 다가올지는 생각지 못했다. 현관에서 문 열고 입구 없이 바로 거실 똭, 붙박이 신발장 뭐 이런 거 없다. 신발을 실내에서도 신고 다니는 미국이라 디폴트로 신발장을 구비하지 않으며, 판매하는 신발장도 다 작은 편. 어느 집으로 이사가나 똑같다. 차고가 있는 집엔 신발장을 따로 놓을 수 있으니 별달리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간이 신발장 하나로 버텨야 하는 지금 상황은 대부분 신발이 스토리지 룸 행이다.
드디어 짐을 다 뺀 아일랜드
주방 완료
안방 화장실 완료여기저기 쌓여있는 박스는 곧 자리 자기 찾아갈 테지. 차고가 없는 불편함은 한낮 기온 45~50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에 출퇴근하면서 적응할 테고, 시간을 막론하고 새벽 두세 시까지 위층의 다다다다 층간소음도 그러려니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늘에 설치해 놓은 해먹이 바로 집 앞에 있다. 이삿짐 나르다가 해먹에 누워 맞는 산들바람이 이 불편한 공간과 관계에 적응하는데 힘을 실어줬다. 예전 집의 산책로가 그리워질 땐 집 앞 미니 풀장이나 클럽하우스 옆 풀장에서 수영하면 될 테지. 어딜 가든 일장일단은 있고, 대체제는 있기 마련이다. 적응을 한다는 것은 불편함이 익숙해지고 새로운 걸 찾아내는 게 아닐까? 관계도 공간도.
백일 쓰기/ 쉰다섯째 날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