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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Oct 25. 2024

나도 몰래 불편함에 스며들다

이직하고 싶어

난 직장생활 첫해에 무던히도 이직하려 애썼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공감할 분들도 있겠다. 일이라는 것이 막상 시작해보면 내가 생각한 멋진 모습으로만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아직 미숙하고 멋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상에 또 얼마나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지. 그 사람이 원래 못된 사람이아니라 직장이라는 테두리안에서 만나다보면 사람 성향에 따라 잘 맞기도 부딪히기도 하는 법이다. 


이제 갓 취직했는데 이직이 쉬울리 없다. 무슨 전략과 목표를 갖고 한 게 아니라 여기가 아니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덤볐으니 잘 안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관두고 구할 용기가 없었다. 


업무보다도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 그건 3개월 뒤 자취를 하면서 해결이 되었기 때문이다. 1년 뒤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어느새 현 직장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남들도 다 맘에 들어 다니진 않겠지, 이게 나한테 주어진 어떤.. 짊어져야하는 짐 같은 것일까? 뭐 이러다 몇 년 지나면 이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맘으로 한 해 한 해 다녔다.


정말 매일 매일 깨어있고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냥 그렇게 사는데 익숙해진다. 타성에 젖게 된다. 힘든 부분은 그냥 받아들이고 힘드니까 다른 부분에서 편함을 찾으려고 하고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다른 데 쓸 에너지가 없으니까(남은 에너지는 쥐어짜서 연애한듯) 그랬을 수도 있다. 


또 한가지는 공적 조직이란 곳이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이상 내보내지 않는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고, 무언가를 진취적으로 더 하기 보다 주어진 일만 내 일만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냥 편하게 내가 하는 일만 하면서 여기에 조금 더 익숙해지기만 하면서 일 다녀보자. 


몸이 지치니 마음이 지쳐갔고 열정같은 것은 사라졌고, 열정있게 사는 게 뭐가 좋아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내가 먹고 살정도만 벌고 출퇴근은 좀 멀어 고되지만 업무도 익숙해졌고, 업무도 대부분 나 혼자 조절해가며 할 수 있으니(번역을 요청 받아 기한 내에 보내는 일이 주로이므로),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아?


다시 돌아간다면, 처음부터 이직하려 발버둥치지 말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하나라도 더 할 수 있게 노력해봤을 것 같다. 경직된 상하조직 분위기에서도 분명 나만의 뭔가를 하나씩 더 해낼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지금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말 변화를 주고 싶으면 두려워도 단호하게 일을 관두고 이직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당시 면접 두 군데 보고 붙은 첫 직장이었다. 취업이 너무 쉽게 풀려버린 것이 어찌보면 화근이었다. 첫 번째 직장처럼 쉽게 두 번째 직장이 결정되지 않으니 나는 이 첫 직장을 놓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쉽게 주어진 기회가 나에게 행운이 아닌 독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냥 일을 어떻게 하든 월급은 계속 나오고, 아주 미미하지만 매 년 조금씩 오르고, 결혼 생각 없을 때에는 나 혼자 먹고 사는데 지장 없고, 정년까지 다녀보고 돈을 모으든 재테크를 하든 새로운 일을 찾아보든해서 나중엔 또 무언가로 먹고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나는 나의 지친 몸과 마음 상태에 그냥 익숙해져버렸고, 내가 얼마나 지금 힘든 상태인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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