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시각화
시간은 주관적으로 흐른다.
견디기 힘든 순간은 너무 길다.
행복하고 황홀한 순간은 짧게 느껴지지만 마음에 각인되어 길게 남는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맞춰 그저 맞춰 살아가면 좋겠지만,
내 상황은 그렇지 않으니까.
시간을 좀 더 내 뜻대로 쓰고 싶어서 시간을 찾아 나섰다.
시간이 10분 단위로 블록화 된 하루 일정표를 작성하며
나는 무엇을 얻게 되었을까?
첫째, 실제로 내가 어디에 얼마큼의 시간을 쓰는지 알게 된다.
내가 자는 데 이 정도만 쓴다고? 내가 출근에 이만큼이나 쓴다고?
이렇게 남는 시간이 있었다고? 내가 샤워하는데 1시간이나 쓰고 있었어?
집에 와서 잠깐 멍 때리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다고?
내가 아기와 놀아주는 시간이 겨우 이거밖에 안돼?
잘 인지하고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의외의 발견이 꽤나 많았다.
또한 의외로 나에게 남는 시간들이 꽤나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둘째, 시간을 보다 자잘하게 쪼개서 인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이 1시간 20분이라고 하면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다양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버스 타기, 기차 타기, 셔틀버스 타기, 사무실까지 걷기.
버스는 10분, 기차는 30분, 셔틀도 10분, 걷기는 5분 이렇게.
그 사이사이 조금씩 걷고, 기다리는 시간들도 있다.
시간 블록에서 체크될 정도의 10분이라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그 정도 시간이 안 나오기도 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나에겐 여름방학 시간표처럼 4~5시간 통으로 자유시간!
이런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에게 자유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일상은 저렇게 흘러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사이에 나를 위한 시간,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게 모여 결국 4~5시간이 될 수도 있다.
셋째,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게 된다.
나는 사실 하루에 책을 1시간은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했었다. 아주 막. 연. 히.
그런데 쪼개진 시간들을 모으다 보니 하루 한 시간은 너무나 우습게 확보할 수 있었다.
(이건 사람마다 매우 다를 거라 생각한다)
왜 진득이 앉아서 한 시간을 책만 봐야 한다 생각했지?
그렇게도 못하면서!
그저 틈이 날 때 한쪽이라도 읽어보면 됐을 것을 말이다.
그런 틈이 있는지도 모르고 여유 없이 나는 지내왔던 것이다.
그 틈에도 스트레스받아하고, 허무한 일들(sns 보기!)을 하면서.
결국, 그 틈, 순간, 시간에
나는 그냥 멍을 때릴 것인가, 음악을 들을 것인가
쪽잠을 잘 것인가, 유튜브를 볼 것인가, 게임을 할 것인가 등등
내가 선택한 행동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무언가 기다리고, 타고 있을 때에는 무심코 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버스를 타는 10분간 나는 음악을 듣겠다! 이렇게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하나 들을 시간이 없다니까~!라는 생각에서
버스 탈 때만큼은 하루 시작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겠어!
10분이면 2곡, 3곡은 들을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넷째, 삶의 의미까지 돌아보게 된다.
결국 시간이 모이면 하루고,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일생인 것인데.
그것을 내가 무엇으로 가득 채울 것이냐는 내 인생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이다.
하루의 시간을 체크해 나가다 보면
끌려가는 기분에서 주도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 시간에 무엇을 했는데,
이건 좋았고, 이건 싫었고 이런 단순한 기분과 느낀 점에서 시작해서.
그러니까 나는 이걸 하고 싶어,
이걸 하고 싶으면 언제 해야 할까? 어떻게 시간을 내야 할까?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이거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은 이거야.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면서,
헤매는 기분도, 어딘가 불안한 기분도 점점 가시게 되었다.
정말로 나는 이 한 달 반 남짓의 시간 블록체크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쓰고 보니 어디 자기 계발서에서 잔뜩 봤던 그런 말들만 나열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뜬구름같기도 한 무형한 시간을 유형화해보니
흐릿했던 나의 삶도 또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