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는 시간

정화

by 늦여름

퇴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홀가분함, 설렘 이런 마음이 가득하다 두려움과 불안함도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원대했던 내 계획과 옳은 선택을 했다는 굳은 믿음이 마구 흔들립니다.


주어진 시간을 멋지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까지 스멀스멀 생겨납니다.


분명 알았었는데 지금은 모르는 기분입니다.


흙탕물이 되어버린 제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봤습니다.


삶의 변화의 과도기에 여러 감정이 들다 보니 굳게 다잡은 마음에 자꾸 물결이 일고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마음을 어지럽힌 것 같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덜어내기라는 것이 명확해지자 이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경 쓰지 못한 집안 곳곳을 비우고 청소하고, 인간관계도 다시 돌아보며 집중할 사람들을 생각해 보고, 주어진 많은 시간을 마구잡이로 쓰지 않고 절제하여 선택과 집중해야겠습니다.


비워야 또 가득 채운다는 이 말이 무언가 새로운 시작엔 필수인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말엔 다리 하나 부러진 화장대를 내놨습니다. 다른 걸로 받쳐두고 지냈는데 그걸 받치느라 안 보는 책도 같이 끼고 살았고, 그 화장대는 제 기능을 못한 지 한참 되었거든요.


덜어내기 언제 했었나 기억도 나지 않네요. 차곡차곡 쌓인 시간에 따라 커진 나무만 봤지 그 옆에 잡초며 돌이며 먼지나 낙엽 이런 것들은 신경을 못쓴듯합니다.


아마 이걸 치우고 나면 제 나무는 더 커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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