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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Feb 07. 2019

하루에 대통령이 세명이었던 나라, 에콰도르  



1997년 2월 7일, 에콰도르에서는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세 명의 정치인이 서로 자기가 에콰도르 대통령임을 주장해 혼란을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1997년 에콰도르에서 일어났던 시위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에콰도르 국민들은 당시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이 저지른 부정부패 스캔들에 크게 분노했고, 그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곧 의회 탄핵 투표로 이어졌고, 과반수가 탄핵에 찬성하며 부카람 대통령의 사임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습니다. 대통령 탄핵 후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시 대통령직은 누가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헌법에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자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르테아가와 국회의장이었던 알라르콘이 서로 임시 대통령직을 맡겠다 발표했고, 에콰도르에선 두 명의 대통령이 동시에 존재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탄핵된 부카람 대통령 초상화 (wikipedia)


한편 탄핵으로 인해 발생한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탄핵을 당한 부카람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여전히 에콰도르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계속해서 대통령직을 맡을 것임을 발표함에 따라, 에콰도르는 이 날 총 세 명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어수선한 상황은 결국 아르테아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기로 의견이 모아지며 마무리됐습니다. 탄핵에 불복했던 부카람 대통령은 국민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나마로 망명을 갔는데요. 대통령 탄핵 이후 벌어진 이 해프닝은 에콰도르에서 ‘세 대통령의 밤’이란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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