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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y 01. 2022

온두라스의 바나나 기업 사람들은 왜 파업을 했을까?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1886년 5월 1일 하루 8시간 근무를 쟁취하고자 총파업을 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하루 동안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고, 노동자의 수고를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날입니다.


중남미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5월 1일을 '노동자의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노동자 (혹은 노조)들이 사회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만큼 중남미에선 노동절 때마다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그중 온두라스에선 역사상 가장 큰 파업으로 기록된 1954년 5월 1일 파업 (Huelga de 1954)이 일어났습니다.


1954년 온두라스 노동절에 벌어진 총파업은 바나나 기업에서 일하는 약 30,000명의 사람들이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현재 온두라스의 바나나 수출 비중은 직물이나 옷, 커피 작물에 비해 감소했지만 당시 온두라스는 바나나 공화국 (Banana Republic)이라 불릴 만큼 바나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였습니다. 경제 대공황이 찾아오기 직전 온두라스의 수출입 자료를 보면 바나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중미지역 바나나 사업 포스터 (사진 자료: pinterest)


이렇게 온두라스가 바나나 수출을 하게 된 데는 두 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 미국의 거대 바나나 기업 United Fruits Company와 Standard Fruit Compnay였습니다. 온두라스에선 1870년대부터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미국 기업의 자본 투자가 이뤄진 시기였습니다. 당시 두 바나나 기업은 자신들의 바나나 수출을 수월히 하기 위해 북쪽의 산페드로술라와 코르테스 해안 지역에 항구를 만들었고 내륙 지역에는 도로와 농장을 건설하며 바나나 생산과 수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바나나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와 항구 지역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바나나를 통해 얻게 된 자본을 기반으로 온두라스의 경제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도 존재했습니다. 자신들의 수익에 유리하도록 국가의 경제와 정치 룰을 바꿨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그들은 자신들에 입맛에 맞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했고 세금 면제 혜택을 위한 로비를 진행했습니다. 또 문제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었습니다. 낮은 임금과 긴 노동 시간, 그리고 좋지 않은 근무 환경은 무시한 채 오로지 수익에만 신경 쓰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을 묘사하는 포스터 (사진 자료: la prensa)


악조건 속에서 결국 1954년 바나나 기업 노동자들의 총파업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법제화, 더 나은 급여 조건, 근로자의 건강 보호 등을 외치며 파업을 이어나갔습니다. 북쪽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파업은 급기야 수도 테구시갈파까지 퍼져나갔고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동참하며 전국적인 파업으로 확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1954년 파업의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파업을 계기로 온두라스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가 향상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중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노동조합을 조직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효율적으로 대변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아래 표 참고) 1928년, 콜롬비아에 진출해있던 United Fruits Compnay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키자 합의 대신 경찰을 동원해 진압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바나나 학살 (Masacre de las bananeras)로 불리는 이 사건은 무자비한 United Fruits Company의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온두라스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노동자와 기업 간의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온두라스 바나나 기업 근로자들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1973년 중미 국가 노동조합 가입자 수 (통계 자료: Cline and Delgado, Economic Integration p.188)



참고문헌: Euraque, Darío A. Reinterpreting the Banana Republic: region and state in Honduras, 1870-1972. Univ of North Carolina Press, 1996.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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