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6일.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4개국 대통령들은 칠레 아타카마에서 중요한 조약에 서명합니다. 2011년 4월 리마 선언에서 발표했던 중남미 지역 경제 연합체 ‘태평양 동맹’ 탄생에 공식적으로 동의한 것인데요. 대서양을 끼고 메르코수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가 있다면, 태평양 연안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거대한 경제 공동체가 탄생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태평양 동맹이 메르코수르와 다른 점은 시장의 개방 정도입니다. 네 나라는 해외 국가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아래와 같은 표 <1>을 보면 더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비록 칠레는 조사에서 빠졌지만,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가 확실히 중남미에서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국가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평양 동맹의 모토가 ‘지역 통합, 경제 발전, 경쟁력 강화를 장려하는 동시에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교류’인 만큼, 비즈니스에 있어서 확실히 개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태평양 동맹은 회원국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이 조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가입을 목표로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에콰도르는 2022년 5번째 정회원 가입이 현실화되고 있고, 코스타리카, 파나마, 과테말라 같은 중미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태평양 동맹이 한 가지 독특한 건, 아시아 시장과의 교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점입니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교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대국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남미 4개국은 태평양이라는 지리를 바탕으로 아시아-중남미를 잇는 거대한 경제 협력 체제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도 태평양 동맹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2017년에는 싱가포르가 태평양 동맹의 첫 번째 준회원국으로 승인된 바 있습니다.
과거 한국도 태평양 동맹 준회원국 가입을 희망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갖추지 못해 거절당했고, 이후 이 일은 흐지부지 됐습니다. 그러나 2022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태평양 동맹 준회원 가입을 위한 협상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 합니다. 먼저 혈맹으로 이뤄진 동맹국 콜롬비아의 지원을 약속받았고, 멕시코의 지원도 요청했습니다. 만약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이 성사되면, ‘멕시코와 신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뿐만 아니라 칠레·페루·콜롬비아와의 기존 FTA를 강화’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중남미 지역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준회원 가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한편 태평양 동맹이 만들어질 당시 비판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중남미 주요국들이 너무 개방적으로 변하며 미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했고, 몇몇 학자들은 이름뿐이지 실질적인 도움은 얼마나 될지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4개 회원국 대통령들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기반하지 않은, 국가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동체”이며, "태평양 동맹을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기회가 있다"라고 답하며 태평양 동맹의 긍정적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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