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 16일, 아르헨티나 북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서 거센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정치인들이 벌인 부정 부패, 그리고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참여하며 시작된 시위였는데요. 산티아가소 (Santiagazo)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지역 경제의 붕괴와 공공 부문에서의 급여 삭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산티아가소가 발생한건 90년대 초 아르헨티나 경제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1989년 대통령에 당선된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곧바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 경제를 안정시키려 했는데요. 1989년과 1990년 사이 아르헨티나의 평균 인플레이션이 2,600퍼센트에 도달하자 메넴 대통령은 금융 개혁, 무역 자유화, 공공 부문 개혁을 단행해 아르헨티나 경제 체제를 통째로 바꿨고, 높은 인플레이션 비율을 통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은 시간이 지나며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급격하게 감소한 정부 지출은 많은 사람들에게 타격을 입혔습니다. 산이타고 델 에스테로의 경우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몇 달 째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최대 50퍼센트까지 급여를 삭감 당할 수 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됩니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이들은 시위를 일으켜 정부에 대항했습니다. 약 5천여명의 시위자들은 도시 거리를 봉쇄하고 정부 청사와 의회, 사법부 건물까지 점령하며 페르난도 로보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시위가 점점 거세지며 일반 상점이 불타고 피해가 심해지자,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결국 주지사를 사임시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산티아가소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항하는 첫 시위로 기록됐고, 이후 아르헨티나 전국에 반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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