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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Feb 23. 2022

[오늘의 私설] 동년배 대선후보들을 보다가


 아침 우편함에 대선후보 선거공보가 꽃혀있다. 다른 사람의 이력을 들여다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나이, 직업 등 공통점이 많아질수록 흥미의 강도는 높아진다. 다만 이 경우 주의할 점이 있는데, 공통점을 깔고 보면 그 사람의 이력을 나의 그것과 비교하게 되어, 어느덧 흥미가 질투나 자책으로 변질될  있다.


 기호 1~4번이야 워낙 거물인데다 익히 알던 사람들이니 그럴 일이 없다. 그런데 5번 이하는 상대적으로 '만만'하다. 흥미를 물고 자세히 보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기호 9번 김동연 후보나 6번 허경영 후보는 예외다. 한 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관료자리올랐던 사람이고 한 분은 다른 세상 사람, 혹은 세상 다른 사람이다.


 10번 김경재, 11번 조원진, 14번 김민찬 후보도 일단은 따로 모신다. 앞의 두 분은 꽤 알려진 정치인인데다 연배도 나보다 한참 위다. 14번 김민찬 후보의 경우 인지도는 낮지만 58년 생이니 이 분도 연세가 꽤 다. 64년생 이재명, 60년생 윤석열 후보보다도 연장자다.  


 그러고 보니 흥미와 비교의 전제는 자연스럽게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차와 포를 떼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후보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후보는 75년생, 나보다 한 살 아래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작가 활동을 하셨던 모양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연구를 하고 글을 써 왔다. 재미있는 건 이 분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비서관 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현역 국회의원의 비서관 출신이 대선 후보로 나섰으니 청출어람이라 해야 할까.


 노동당 이백윤 후보는 나보다 3살 연하인 77년 생이다. 학벌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공보에는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중앙대 총학생회장, 국문과 제적이다. 노동 현장에서 노조운동을 해 오셨다. 열혈 운동권인 점, 나와 비슷한 반공 세대임에도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점을 보면 꽤 급진성향이다.


 새누리당의 옥은호 후보는 71년생으로 3살 연상이다. 이분은 4.15 총선 부정선거를 테마로 들고 나왔다. 아빅스라는 기업의 대표라기에 기업정보 사이트를 찾아보니 '안경, 사진장비 및 기타 광학기기 제조업'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대선 선거 과정에 부정이 없도록,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것이 출마 목적인 듯하다.


 기호 12번 김재연 후보는 2014년 정당해산심판으로 사라진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이었으니 제법 무게감이 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내 기억에는 그녀의 각선미가 강렬하다. 정통 운동권 출신의 33세 젊은 국회의원이 처음 출근하던 날, 언론은 온통 김의원의 보라색 미니스커트에만 관심을 쏟았는데 그 후유증이다.


 13번 이경희 후보는 74년생으로 나와 동갑이지만 1월 생이니 실제로는 나보다 한 살 위다. '통일'을 앞세우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정책은 비슷비슷한데, 그 나이에 재산이 1,500억에 달한다는 점이 놀랍다. 서울시장선거와 동대문 갑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이력은 내 통장 잔고가 떠올라 안 보인다.    


 슬슬 '질투와 자책의 시간'이 온다. 이들이 나와 비슷한 시대를 비슷한 길이로 살아 오는 동안, 나는 대체 뭘 했을까. 물론 남과 자기 인생을 비교하는 건 어리석다. 하지만 동년배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판에, 그게 어디든 자기 자리에서 최소한 군소후보라도 되어야 할 터인데,  자신이 없다.  


 그러다 슬쩍, 옆으로 미뤄 둔 공보들에 눈이 다. 주섬주섬 긁어 모아 다시 뒤적여본다. 가만있자, 이 사람은 64년생이니 올해 쉰 아홉이고, 이 사람은 환갑도 한참 넘었네? 아이구, 이 분은 80도 더 되셨는데 나오셨구만... 질투와 자책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 앙큼하게 10년 후 대선 출마라도 꿈꿔 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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