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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May 11. 2022

[오늘의 私설] 늦은 공부의 재미, 심리학과 신학


 어릴 때 공부는 부담이었지만 나이 들어 하는 공부는 즐거움이다. 마흔 아홉에 학부 2학년이 남세스럽기도 하지만 비교적(?) 동안을 타고 난 데다(위 사진 : 얼마 전 학교에서 ROTC 전단지를 받았다) 코로나 마스크 덕분에 아직은 별 위화감 없이 캠퍼스를 오가고 있다. 야외 마스크가 해제되었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적어도 학교 안에서만큼은.


 즐겁다고 해서 쉽다는 건 아니다. 전공인 심리학, 그리고 슬금슬금 이중전공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신학은 둘 다 난생 처음 해 보는 공부들이라 쉽지가 않다. 게다가 조금은 치졸한 이유로 열심이기도 하다. 2학기에는 생업에 바빠 아무래도 많은 과목을 신청할 수가 없는지라, 서너 과목 듣자고 등록금을 다 내기가 아까워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 보려고 버둥댄다.


 그나저나 심리학과 신학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학문들이다. 심리학의 매력은 배운 것을 즉시 적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적용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게슈탈트 치료, 인지 치료, 행복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 이론을 배울 때마다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눈이 번쩍 뜨인다. 생각보다 내가 썩은 놈이었다는 자성의 현타는 피할 수 없지만, 그걸 캐 내는 데에도 야릇한 가학적 재미가 다.


 신학은 또 어떤가. 나름대로는 신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크게 원을 하나 그려보자. 본래 신학은 온 세상을 다 포괄하는 학문이었다. 그러다 점차 분가(分家)해 나가는 영역들이 생겼다. 과학이 그랬고 정치학, 경제학이 그랬다. 그렇게 원도 점점 쪼그라들었지만 그럼에도, 말하자면 빠져 나갈 만큼 다 빠져 나갔음에도 끝내 남은 무언가가 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영적이고 초월적이며 궁극적인, 하지만 인간에게 틀림없이 존재하는 그 무엇. 신학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가만 보면 심리학과 신학은 일맥상통한다. 심리학은 ENFP니 B형이니 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하게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 그 심연의 역동은 바로 신학이 다루는, 영적이고 초월적이며 궁극적인 그 무엇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그 둘을 엮으면 뭔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런 영역을 내가 연다면 '심신(心神)일원론이라 부를 테다', 흘러 내린 마스크를 끌어 올리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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