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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Mar 09. 2022

[오늘의 私설] 49살, 2학년 복학생


 작년 한 해 휴학을 마치고, 올해 2학년으로 복학했다. (입학 과정은 예전에 썼던 아래의 글에 소개되어 있다)


https://brunch.co.kr/@latos/58


 연세대학교의 신입생은 모두 송도에 있는 국제캠퍼스에서 기숙 생활을 하며 1년을 보낸다. 2020년에는 마침 코로나가 터져 비대면으로 1학년을 때웠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일을 병행해야 하는 나의 상황도 그렇지만, 내 룸메이트가 불쌍해서도 안 될 일이었다. 고된 입시를 벗어나 드디어 대학의 낭만을 맛보려는데 룸메이트가 아빠급 아저씨라니? 다행히 민폐 없이 1학년을 끝냈다.


 하지만 신촌에서 전공을 시작하는 2021년에도 비대면 강의가 계속된다기에 과감히 휴학계를 냈다. 내가 꿈꾼 대학생활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캠퍼스를 누비며 선배들에게 밥도 술도 얻어 먹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면 코로나의 종식을 바라며 한 해 쉬어 가는 것이 나았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오미크론이 터졌다. 마냥 코로나의 종식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 복학 신청을 하고 등록금을 내고, 실로 복잡한 수강신청과 정정을 거쳐(이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드디어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전공인 심리학의 <상담의 이론과 실제>와 <행복의 과학>, 늘 관심이 있던 신학과의 <신학과 사상개론>과 <바울의 삶과 정치신학>, 문화인류학과의 <문화비평 글쓰기>, 교양인 <현대생명론>, 그리고 연세대 필수인 <채플> 까지 일곱 과목 18.5학점이다.(0.5학점은 <채플>이다)


 대부분 비대면이지만 <문화비평 글쓰기>는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첫시간, 문화비평 이론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여러분 대부분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 출생이죠?"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움찔'했다. 하필이면 교수님의 시선이 잘 떨어지는 자리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마스크를 끌어 올렸다. 세월따라 광대까지 흘러 내린 눈밑지방이 신경쓰였다. 다른 과목에서도 조별 활동을 위해 벌써 단톡방이 만들어졌는데, 마스크는 방역을 위해서도, 이번 학기 평화로운(?) 대학생활을 위해서도 필수 아이템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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