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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Jun 14. 2023

저무는 하루, 저무는 단어

  해가 넘어가기 직전. 사방으로 흩어지는 저녁 햇살이 쉬지 않고 눈동자를 때렸다.

나 좀 봐. 날 봐. 오늘 이 빛은 내일의 것이 아니라고.


  숱하게 느낀 석양의 감흥 따위. 밀린 일 앞에선 용을 못 썼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가 된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아.


  그제야 터지는 탄식. 사위가 어두워진 뒤에야 두리번거리는 미련함.


  아직 어디선가 쓰이고 있을지 모르는 단어를 한정된 자료에 근거해 삭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엄중하게 느껴지는 시간. 단어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것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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