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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Jun 07. 2023

새 루틴 무한 반복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스위치 전환을 한 지 3개월이  넘었다. 그에 따라 하루를 여는 루틴도 달라졌다.


1. 일어나자마자 집의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2. 아침을 준비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인다. 나도 같이 먹는다.

3. 남편과 아이들을 배웅한다.

4.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부엌 식탁에 가져다 놓는다. 클래식 에프엠(FM)을 틀어 블루투스와 연결한다. 커피를 마신다.

5.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민다.

6. 씻고 욕실 정리를 한다.


  학교 가는 날엔 이 중 몇 가지를 생략하기도 하지만 5일 중 사흘은 거의 위와 같다. 1에서 6이 끝나면 업무를 위한 루틴이 다시 돌아간다.


 


1. 의자를 당겨 노트북 앞에 앉는다.

2. <표준> 사전과 <우리말샘>, <연세한국어사전>, <고려대한국어사전>을 웹에 띄워 놓고 화면 상단에 탭을 추가해 구글과 네이버 검색 창을 준비한다.

3. 검색 빈도를 통해 해당 전문어의 삭제 여부를 판단해 검토 파일을 작성한다.


  곧 정오가 된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양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다. 작은애를 데리러 간다. 집에 돌아와 아이의 간식을 챙긴다. 다시 일을 시작한다.


4. 노트북에 깔린 엘란(ELAN) 프로그램을 실행해 분절화 파일과 영상 파일을 돌려 구어 말뭉치를 전사한다. 헤드셋을 쓰고 제보자의 입 모양을 보며 한 턴씩 여러 번 듣고 지침에 맞게 타이핑한다. eaf 파일을 새 이름으로 내보내기 하고 어절 수를 산출해 전사 파일을 나스에 업로드한다.


  큰애가 학교에서 돌아온다. 간식을 챙겨 주고 저녁 준비를 한다.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을 차린다. 과일을 내고 노트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스탠드를 켠다.


5. 엑셀 파일을 열어 신어 대응쌍을 추출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씻는다. 아이들을 재운다. 30분쯤 누워 있다가 다시 스탠드를 켠다.


6. 팀 뷰어를 연다. 원격으로 접속해 사전 원고 피드백 파일을 편찬 시스템에 반영한다.


침대에 눕는다.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끈다. 일어나자마자 집의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

.

.

(무한 반복)


  퇴사하면 시간이 많을 거라는 오산(아오). 뭔가 계속 바쁜데 그렇다고 죽을 듯이 힘들지는 않은 미라클(정신 차려). 하나씩 해치울 때마다 드는 자기 효능감(내가 못 살아). 자꾸만 뒷전이 되어 가는 공부에 송곳처럼 불편해지는 마음(그래서 논문은?). 같은 길을 간 선배가 있고 같은 길을 는 동문이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그래서 논문은???).


  한 줄 요약.

  저 잘 살고 있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 ø ♩♩♩♩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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