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별명을 또 지어 주었다. 그것은 바로 '주부소녀.' 듣는 순간 빵 터졌다. 역시 보는 눈이 있어 우리 딸.
이 몸 주부소녀는 아침에 일어나 소녀 감성을 수혈하고자 클래식 에프엠부터 틀지요. 내가 언제 교양 없이 애들에게 소리를 질렀소 하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거실과 부엌의 창문을 열고 으음~ 상쾌한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요. 푹 자서 만족한 얼굴로 "잘 잤어?" 거실로 나온 남편에게 어젯밤과는 180도 다르게 친절히 인사를 해요. 그래, 그래. 지금 박 여사 기분 매우 좋다고. 다들 이 평온을 부디 깨지 말아 줘.
남편이 아침 먹고 회사를 가면 아이들 깨우러 슬렁슬렁. 역시나 오늘도 5분만을 외치는 너희는 전생에 쌍둥이였니. 부디 이 평온을 깨지 말아 달라니까. 5분이 세 번 지나는 사이, 천진난만 주부소녀는 일촉즉발 아시안불곰으로 변하고 있다니까. 자 촉이 왔으면 일어나라들. 샤우팅하기 전에 젭알.
주부소녀의 수상한 낌새에 "일어났어요!"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한 쌍의 인간 스프링. 그래 그래, 진작에 그랬어야지. 캬오캬오, 하마터면 또 변신할 뻔했잖아. 오늘은 쭉 주부소녀일 수 있게 해 주라 얘들아. 두 아이가 학교를 가면 비로소 찾아오는 집 안의 평화. 오우, 스멜~ 커피 한 잔 내려서 식탁 앞에 싯 다운.
까똑. 까똑. 까똑. 까똑.
5분도 안 돼 깨지는 아침의 평화. 주부소녀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주부소녀가 뭔가요. 아, 매일 아침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만 볼 수 있다는 그분인가요. 아쉽지만 내일 아침에 만나요. 저렇게 쉬지 않고 까똑이 울린다는 건 오늘은 망했단 뜻이거든요. 그래도 괜찮아요. 주부소녀는 내일 또 올 거니까요. 그럼 내일 아침에 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