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버릇처럼 나오지 않게 조심조심해도 한 번씩은 실수를 한다. 이 말들엔 '알 만큼 알아, 너만 아는 게 아니야.'가 전제되어 있다. 단번에 상대를 맥 빠지고 시들하게 한다. 대화는 깊게 이어지지 못하고 공기가 어색해진다. 믿고 걸러야 할 리액션. 반복하면 최악이다.
내게 좋았던 것을 같이 나누고픈 마음에서 꺼냈을 "그건 이렇다더라. 거기 좋더라. 해 보니 괜찮더라. 그 음식 맛있더라."가 "그건 그래서 이랬고 저랬고 어땠고 저땠고."로 발전하지 못한다. 대신에 상대와 딱 그만큼의 거리가 생긴다.
물론 아는 내용이어도 무한 긍정의 눈빛을 하고 듣는 날이 있기는 하다. 그런 경우는 상대가 내게 중요하거나 예를 갖추어야 할 사람일 때. 그러다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라도 하면 그날 부로 두 눈에 콩깍지가 씐다. 통찰력이 있다는 둥, 어머나 세상에 모르는 게 없다는 둥 호들갑을 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