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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Feb 08. 2024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엄마와 시어머니께 10만 원씩 입금해 드렸다. 명절 음식 비용으로 턱없이 모자란 액수지만 결혼하고 첫 명절부터 지금까지 빠트리지 고 챙겨 보낸다. 빈손으로 갈 수 없어 명절날엔 국거리나 과일 한 상자, 한과 세트 정도로 구색을 맞추어 양가에 인사를 드린다. 정실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셈이다.


  계좌 이체를 하고 엄마에게 톡을 드렸다. 얼마 안 되지만 음식 장만하실 때 쓰시라고 방금 10만 원 보내 드렸어요. 건강한 모습으로 설에 뵈어요.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오른 이 고물가 시대에 15년째 그만큼밖에 못 드리는 딸자식은 민망하기만 하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그래 고맙다. 어디 아픈 데 없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고 만사형통하기 바란다고만 하신다. 엄마의 톡을 읽고 있으면 코가 시큰해진다. 항상 마음 편안하게 밝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날마다 마음속으로 빈단다. 건강이 제일이다. 쭉 내려 읽으면 먹먹해진다. 자식의 평안을 주문처럼 외는 엄마의 시간이 겹쳐 보여서. 그 시간의 3분의 1을 겨우 지난 나는 아직도 아득하기만 한 거 같아서.


  올 설 선물로 처음 젓갈 세트를 사 봤다. 작년 봄. 아버지께서 입맛이 통 없는데 토하젓이 먹고 싶다면서 대신 주문해 달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다 드셨다기에 두어 번 더 댁으로 보내 드렸었다. 이틀 전 명절을 앞두고 남편과 밤늦게 대형 마트에 갔다. 토하젓은 마트에 없었다. 젓갈은 선물 세트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날 밤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고 다음 날 로켓 배송으로 명란젓, 창난젓, 오징어젓, 갈치속젓 4종 선물 세트와 토하젓 두 병들이 두 세트가 도착을 했다. 택배 상자를 열고, 아이스 팩을 냉동실에 넣고, 보자기를 벗겨 여섯 병의 젓갈 두 세트를 냉장실에 줄 맞춰 넣었다.


  1년에 몇 번 못 봬서일까. 뵐 때마다 나이드시는 게 눈에 보인다. 점점 낙엽처럼 말라 가신다. 등은 조금씩 굽고 피부는 갈수록 어두워지신다. 까만 검버섯은 여기저기 늘어 크고 동그래진다. 드시는 진지의 양도 많이 줄었다. 토하젓은 잘 드신다니 때때마다 골라 먹는 재미라도 있게 젓갈을 골고루 준비했다.


  봄이 오면 웅어회도 주문해 보내 드려야겠다. 아버지는 영산강으로 올라오는 봄 웅어를 막걸리식초와 고추장과 깻잎을 넣고 버무리면 그 맛이 끝내준다고 하셨다. 영산강에 하구둑이 완공되면서 더 이상 웅어를 먹을 수 없다면서. 내달 아버지 생신 땐 살 오른 웅어회를 구할 수 있길 바란다. 물론 토하젓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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