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의 찰나

세모의 항변

by 어슴푸레

이름이 예뻐서 좋았다


모가 세 개여서 세모라지만

선 세 개가 사이좋게 모여 있어 세모인 줄 알았다


사람들은 한마디씩 했다


는 뾰족해서

둥글둥글 여기서도 살 수 없고 저기서살 수 없어


는 뾰족해서

머리에 닿는 건 무엇이든 사정없이 바닥으로 팽개치잖아

위가 뾰족해야

경사진 비탈면으로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무거운 눈 이불도 떨굴 수 있는데


위아래를 팽그르르 뒤집으면

귀한 기름도 받고 고로쇠도 받을 수 있는데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것은

한껏 뾰족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게중심이 아래로 향해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보려 하지 않았다


#세모#모가세개나났다고#그래서안정적인걸#지붕#우산#깔때기#삼각형#역삼각형#편견#사물#시라이름할수있다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