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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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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Apr 23. 2024

세모의 항변

  이름이 예뻐서 좋았다


  모가 세 개여서 세모라지만

  선 세 개가 사이좋게 모여 있어 세모인 줄 알았다


  사람들은 한마디씩 했


  너 뾰족해서

  둥글둥글 여기서도  수 없고 저기서 수 없어


  너 뾰족해서

  머리에 닿는 건 무엇이든 사정없이 바닥으로 팽개치잖아

  

  위가 뾰족해야

  경사진 비탈면으로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무거운 눈 이불도 떨굴 수 있는데


  위아래를 팽그르르 뒤집으면

  귀한 기름도 받고 고로쇠도 받을 수 있는데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것은

   한껏 뾰족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게중심이 아래로 향해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보려 하지 않았다


#세모#모가세개나났다고#그래서안정적인걸#지붕#우산#깔때기#삼각형#역삼각형#편견#사물#시라이름할수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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