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의 세탁소집 아저씨네 화분에 방울토마토가 어른 엄지손가락 반만 하게 올망졸망했다. 휴대폰을 왼손으로 감싸 쥐고 골똘히 사진을 찍는 남편은 자못 정성스러웠다. 방울토마토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상체를 숙이고 오른 무릎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초점을 맞추는 모습에 난데없이 설렜다.
남편 말은 사실이었다. 연녹색에서 녹색으로 그라데이션 중인 탱글탱글 방울토마토 중에서 가장 먼저 열린 것의 꼭지 부분에 가장 먼저 피었을 노란 꽃이 삐뚜름하게 붙어 있었다. 가느다란 줄기를 구획 삼아 땅 쪽 방향으로 오종종 매달렸을 날렵하게 고운 꽃이 이제는 말라비틀어져 누런 비닐처럼 쪼그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