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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금 여기

천우신조

by 어슴푸레

쿵.

-무슨 소리지?

-차 트렁크에서 뭐가 떨어졌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가는데 한차례 또 폭발음이 들렸다.

퍽.

퍼버버버벅.

-?

남편과 동시에 얼굴을 쳐다봤다.

-방금 무슨 소리예요?

큰애가 말했다.

사이드미러를 본 남편 얼굴이 하얘졌다.

-엄마. 뒤에 연기 나요. 타는 냄새도 나요.

작은애가 울먹이듯 말했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정비받음 돼.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여보. 곧 휴게소야. 차 세우는 게 좋겠어.

-응.

10km 앞에 예산 휴게소가 있었다.


남편이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봤다. 실화냐.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그제야 나는 심장이 뛰고.

-더우니까 지갑 챙겨서 애들이랑 휴게소에 들어가 있어.

-응. 조심해. 차에서 떨어져 있어.


애들은 화장실. 나는 휴게소 식당 테이블에 앉아 톡을 보냈다.

-엄마. 식당가 의자에 앉아 있을게.


남편이 전화를 했다.

-거기 직원한테 예산 시내로 갈 수 있게 택시 불러 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줘. 레커차는 한 명밖에 못 탄데. 내가 정비소 가서 타이어 교체할 테니까 여기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음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갈게.

남편이 한 카페의 지도를 캡처해 보냈다.


20분이 지나 60대의 개인택시 기사분이 휴게소에 도착했다.

-스페어 타이어 안 갖고 다녔어?

-네.

-그래도 휴게소 앞에서 터졌으니 다행이네.

-그러게요. ㅠㅠ

-25,000원만 받을게.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카페에 앉아 있는 내내 관세음보살. 휴게소 갓길에 남편이 비상등 켜고 차 세울 때부터 관세음보살. 아니. 차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날 때부터 관세음보살. 아니 아니. 여산 휴게소에서 주유하고 다시 출발할 때 이상했던 차 소리를 듣고부터 관세음보살.


천우신조. 서울에서 완도, 목포를 지나 담양 찍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다 만난 타이어 터짐 사고.


펑크 아니고 너덜너덜.

네 식구 모두 차 타고 다녀오던 여름 휴가.

이런 게 바로 천우신조.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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