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4일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코로나19에 백기를 들었다.
올 것이 왔구나.
휴대폰을 찾아 급히 문자를 돌리고, 내일 자 재택근무를 취소했다. 나루에 접속해 병가를 올리는 사이, 작은애가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지방 출장 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과 통화를 마치고 나니, 그제야 좀 현타가 온다.
오후부터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기에 설마설마했다. 혹시나 해서 작은애를 재우기 직전, 진단 키트를 꺼내 테스트를 했다. 헉. 선명한 세로줄은 한 치의 굽음도, 흐릿함도 없다. 그야말로 '빼박'이다.
지난 4월, 남편의 확진.
지난 일요일, 작은애의 확진.
그리고 내일 받을, 나의 확진.
머릿속이 복잡하다.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먼저 쳐내야 할 일부터 쫘르륵 우선순위를 매긴다.
다음 주 월요일이 마감인 175쪽짜리 교열 원고와
주말에 받기로 되어 있는 <어린 왕자> 2차 교열 원고.
다음 주, <한국어 의미학>에 공동 저자로 투고하기로 한 소논문은 끝내 손도 못 댔다.
어머니 댁으로 강제 자가 격리 중인 큰애는 일주일을 더 있어야 할 듯하고,
남편도 내일 퇴근 즉시 짐을 싸서 본가로 보내야 될 것 같다.
다음 주 현장 학습이 있는 작은애는, 나와 일주일 더 자가 격리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175쪽 원고를 최대한 보아야 하는데,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 활자가 영 눈에 안 들어온다.
사람은 위기에 능한 법.
차나 한 잔 끓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