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열연한 영화, 아이리시맨을 드디어 봤다. 3시간 반짜리 영화라 2019년 개봉 이후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었다. 영화 대부를 생각나게 하는 출연진과 스토리였다. 트럭 운전사에서 마피아가 된 한 가장이 마피아로서는 성공하지만 가족으로부터는 멀어지는 슬픈 이야기였다. 소재가 마피아 일 뿐, 회사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우리 가장들의 슬픈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마피아 영화이니 당연히 총이 많이 등장한다. 손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도구 총, 누군가 참기 힘든 살의로 가득 차 있을 때, 옆에 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명백히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 총은 위험하다. 하지만 이곳 미국은 누구나 합법적으로 총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이다.
더그는 이따금 총을 분해해서 청소한다. 얼마 전에 권총 두 정을 식탁 위에 펼쳐놓고 분해 소제를 하는 것을 나와 욱이가 봤다. 내년에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인지, 욱이는 총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옆에 앉아 더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며 얘기를 나눴다. 총기 마니아인 더그는 마니아끼리 총을 사고팔기도 한다면서 구하기 힘든 옛날 총들은 짭짤한 수입원이 된다고 했다. 그가 총을 많이 수집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총기 마니아인 더그는 총에 관한 책과 군대(밀리터리)에 관한 책도 가지고 있다. 총얘기가 나오면 1910년대의 총부터 요즘 총까지 이야기를 좔좔 풀어내는 것과 다른 마니아들도 옛날 총이나 무기에 대해 그에게 가끔 질문을 한다고 하는 걸 보면 상당한 내공을 가진 마니아인 것 같다. 더그가 가지고 있는 세계의 군대라는 책에는 남북한의 군대도 소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얼마 전에 더그와 쥴리, 그리고 나와 욱이가 함께 인근 디즈니랜드 옆에 있는 다운타운 디즈니란 쇼핑몰에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간 적이 있었다. 요즘은 이런 놀이공원이나 쇼핑몰에 들어가는 데에도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더그는 이렇게 총을 휴대할 수 없는 상황이면, 대신 작은 주머니칼을 호신용으로 가져온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또 물었다. 이런 쇼핑몰은 매우 안전한 곳이 아니냐고. 그도 동의했다. 이런 곳에는 경비원이 많이 있어서 안전하다고.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자신은 항상 자신을 보호할 도구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최루 가스총(Tear gas gun)을 가지고 다닐 때도 있다고 하며, 자신은 언제 어디서나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빠져나갈 비상구를 항상 먼저 확인해서 머릿속에 넣어둔다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가끔 미국의 학교 등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뉴스로 접한다. 그리고 사실, 나는 예전에 미국에서 몇 년 지낼 때, 끔찍한 총기난사사건을 가까이서 접한 일도 있다.(아픈 이야기라 여기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이런 총기사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총기 소지를 금지하지 않는 미국을 이해할 수 없었다. 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렇게 쉽게 사람들을 죽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분노에 찬 어떤 사람 곁에 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더그에게 물었다. 총기난사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 않냐고. 더그는 단호히 대답했다. 모든 총기는 등록되어야 하고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총기사건은 모두 불법으로 거래된 총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법적으로 등록된 총으로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미국의 총기 소지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 때문에 금지되지 않는 것이라고. 더그네 집에 살면서, 더그와 얘기를 나눠보면서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결코 단순히 NRA의 로비 때문이 아니다. 총기 소지의 권리를, 헌법이 보장한 자신을 보호할 권리로 확실히 믿고 있는 사람들의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총기 소지는 너무 뿌리가 깊어서 빠른 시간 내에 총기 소지 금지 정책이 시행될 수는 없다는 것을.
더그는 오늘 아침도 총을 주머니에 넣고 평화롭게 개 캐시를 산책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