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대에도 구타가 있을까?

입대를 앞둔 욱이의 아빠가 본 DP

by 라떼

욱이는 내년에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가끔은 '이제 군대 갈 건데, 잘 해주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며칠 전 욱이가 내게 "아빠, 넷플릭스에 올라온 DP가 인기를 끌고 있대요." 했다. 하지만 난 썩 내키지 않았다. 한 신문에 연재되었던 원작 만화를 이미 보았고, 이제 나이 오십이 넘으니 군대 얘기 같은 거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들이 권하는 거라 성의는 보여 주어야겠다 싶어서 시즌1의 6편 중 제일 첫 편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와, 이건 드라마 <미생> 이후 최고의 작품이었다. 나는 작품에 빠져들어 주말 이틀 동안 6편을 내리 다 보았다. 이 작품은 단순히 군대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 탈영병과 그들을 쫒는 헌병대 내 DP(Deserter pursuit)을 소재로 군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그 방관자들 (돌이켜보면 나도 그 방관자 중의 한 사람이었고, 고백하자면 군대 시절에 폭력과 폭언을 자행한 적도 있다)이었던 우리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명작이다. 물론 그 공은 자신이 경험했던 실제 DP 생활을 바탕으로 리얼한 원작을 그려낸 김보통 작가에게 먼저 돌아가야 하겠지만, 원작자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작품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을 연출한 감독이다)은 원작을 넘어 보다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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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 DP 개의 날 (출처 레진코믹스)


군대 내의 폭력은 뿌리가 깊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들에게 들어왔던 무용담(?)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얼마나 선임들에게 맞고 괴롭힘을 당했는지 아느냐는 식의 얘기였다. 2014년 의무대 가혹행위로 인한 윤일병 사망사건이 있었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군대 내 폭력 사건들이 보도되기도 했었으니 비단 과거의 얘기만은 아니다.

얼차려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출처 넷플릭스)

미국의 군대는 어떤지 궁금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인 70년대에 6년간 군대에 복무했던 호스트 더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와 총기에 얽힌 이야기를 즐겨한다. 마치 "라떼는 말이야~"하듯이 말이다. (이걸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까? "Latte is a horse~" ) 내가 처음 그의 집에 왔을 때 군대에 2년 반 복무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무척 반가워할 정도이다.

먼저 미국 군대에도 구타나 육체적인 괴롭힘이 있냐고 물었다. 더그는 심지어 자신이 근무했던 70년대에도 미국의 군대 내에서는 장교나 부사관이 규칙을 어긴 병사에게 주는 팔 굽혀 펴기 같은 얼차려는 있어도 구타, 특히 사병 간의 구타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60년대에는 인종차별이 심한 시기라 군대 내에서도 패거리로 나뉘어 대립하는 경우가 있어서 흑인병사와 백인 병사들이 한 내무반에서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베트남전 시기에도 흑인과 백인 병사들을 한 소대나 중대에 같이 배치하기가 어려운 경우는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병 간의 구타와 괴롭힘은 그 시절에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더그의 얘기가 모든 미국 군대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6년이나 복무했고 지금도 밀리터리 마니아인 그의 얘기가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국군이 창설된 지 73년이 된, 21세기의 우리의 군대에서는 왜 아직도 이런 폭력이 뿌리 뽑히지 못하는 것일까. 현역 장교와 부사관들, 국방부를 탓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라테는 말이야 매일 밤 고참들에게 맞지 않으면 잠이 안 왔어."

"요즘은 1년 반 복무라며,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야."

"(비꼬는 말투로) 군대 정말 좋아졌더라"

이 처럼 나는 이미 더 심한 군대생활을 겪었으니 요즘은 별 문제도 아니라는 말을 쉽게 한다


"군대가 원래 그렇지 뭐"

"유사시 전쟁을 수행해야 하고, 원래 상명하복인 군대니까 어쩔 수 없어"

"누구나 겪는 건데 못 버텨서 탈영하는 애들은 나약하고 정신상태가 글러먹어서 그래"

이 처럼 군대 내의 폭력을 합리화하는 얘기마저 하지는 않았는가.


우리가 술자리에서 던지는 이 같은 무용담 같지 않은 무용담(?)들이 우리 자녀들이 복무할 군대에서 아직도 폭력을 추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은 그동안 군대를 다뤘던 어떤 다른 영화나 드라마보다 사실적이고 결말도 충격적이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군대 부적응자에 심신이 나약하며 사고를 일으키는 패배자로 낙인찍어 왔던 탈영병들을, 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DP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며, '선량했고 꿈이 있던 젊은이들이 왜 인생을 걸고 탈영할 수밖에 없을까'를 묻는다. 그리고 병사들이 고통받고 죽어가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치부를 가리고 지휘관의 진급에만 몰두하는 군대의 부조리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부조리를 비판한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이 작품을 보고 있는 당신들도 모두 방관자이자 공범이 아닌가요?'

다만, 예전 같으면 군의 사기(실은 국방부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국방부에서 절대 제작하거나 방영할 수 없게 했을 내용이 군부대의 장소 협조를 얻어 제작되고 방영될 수 있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우리 사회의 가장 폐쇄적인 조직 중의 하나인 군대도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안준호 이병 (정해인) - 출처 : 넷플릭스


나도 거의 30년 전에 군대를 갔다 왔다. 이제 내 아들 욱이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을 본 욱이의 마음은 어떨까? 군대가 두렵지는 않을까? 혹시 군대 가기 전에 너무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욱이에게 물어보았다.

"아뇨, 별생각 없어요."

욱이에게 미안했다. 아직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 군대를 보내게 되어서, 30년 전에 아빠가 겪었던 부조리를 너희들에게 겪게 해서, 그러면서 틈만 나면 라테는 말이야 하면서 군대 시절의 고생을 과장하여 떠벌려서.


욱아, 아빠가 한 가지는 약속할게. 이제 라테는 말이야, 하며 요즘 군대는 너무 편해, 같은 따위의 말은 너에게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너희들에게 더 나은 군대를 못 물려줘서, 더 좋게 바꿔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DP 시즌1 마지막 회에 피해자이자 탈영병이 목숨을 끊기 전에 한 말이 자꾸 생각난다.

"내가 뭐라도 해야지...... 바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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