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대학 강사들의 승리

시간 강사들의 처우 문제는 여기도 있었다

by 라떼

지난 10월에 캠퍼스를 걸어가는데 강사들이 국기 광장에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다.

'Faculty Equity, Student Success'라는 구호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Job security'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며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나라 대학의 시간 강사들이었다. 낮은 급여를 감내하며 지방까지 가서 정규직 교수들이 마다하는 과목들을 강의해야 했던 우리 대학의 시간 강사들. 대학교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시간 강사들.


이곳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나눠준 유인물에 의하면 이들은 대학 과목의 1/3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UC(University of California) 캠퍼스가 있는 9개 카운티중에 6개의 카운티에서 저소득층으로 분류가 될 정도로 소득이 적다고 했다. 또한 정규 교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일 년에 8주간의 가족 휴가(Family leave)도 주어지지 않아서 아이들이나 아픈 가족을 돌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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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들이 학생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Drake는 UC 총장이름이다)
20211013_123519.jpg 대학 국기 광장에 모인 강사들의 집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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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팅을 하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강사들

이곳에서는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의 대학 지부인 UC-AFT의 주도로 학교 측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한국에도 시간 강사 노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포털사이트에서 '시간 강사 노조'를 검색해보았다. 한국의 강사 들은 '한국 비정규교수노조'를 만들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지금도 국회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퇴직금 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학교조_퇴직금2.jpg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하는 강사(출처 : 한국 비정규교수 노동조합 홈페이지)
한교조.jpg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강사들 (출처 : 한국 비정규교수 노동조합 홈페이지)


80년대 말 나의 대학 시절을 되돌아보면, 수강 과목의 거의 절반 정도는 강사들이 담당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때 그분들도 다 교수님이라고 불렀다. 교수님이 하시는 역할을 똑 같이 했으니까. 사실은 연세 드신 교수님들 보다 훨씬 의욕적으로 질 높은 강의를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분들의 처우는 열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통비 정도 되는 수준의 급여를 받고 지방 대학까지 가서 강의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11월 17일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강사들이 이틀간의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이 없으면 대학이 수업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봄부터 강사들과 처우에 대해 협의했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던 대학 측이 긴장했다. 그리고 파업 당일 새벽 4시에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인 타결이 있었다. 이제 강사들은 향후 5년간 30%의 급여 인상과 함께 강의평가가 좋은 경우 고용을 보장받았으며, 1년에 4주간의 유급 가족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대학은 정상으로 돌아갔다.

lecturer strike.jpg 협상 타결과 파업 철회 소식을 보도한 현지 언론


이곳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똑같은 강의를 하는데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과 비정규직 강사들의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했다.


요즘 한국의 대학생들도 예전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강사들을 교수님이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은 교수님들이 하시는 역할을 하시는 실질적인 교수님들이다. 한국 비정규직 교수님들도 이곳 캘리포니아의 강사들처럼 마땅히 누릴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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