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단편 소설 <엄마의 완성>
엄마의 완경 이야기를 통해 제도적인 결혼, 동거, 임신, 무엇보다도 남친과의 관계에 대한 젊은 딸의 불안감과 저항감을 독자들에게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완경인지 임신인지를 검사 받는 엄마를 따라 간 딸은 자신 또한 임신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상태이다. 연하의 애인에게 배려받지 못하며 일방적으로 퍼주는 듯한 엄마의 모습은 딸에게 거부감과 저항감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 구병모는 엄마를 보며 느끼느 딸의 심리를 세심하게 잘 묘사하고 있어서 독자들을 감정이입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엄마 집의 깜박이는 형광등은 엄마의 애인이 드나들어도 고쳐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고 무한리필 고기집에서도 자신은 고기를 제대로 먹지 않으면서 혼자 먹는 데에만 집중하는 애인을 챙겨주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배려받지 못하는 엄마의 관계가 드러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에서는 살짝 벗어나지만, 작품의 중간 부분에서 사소한 일의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대다수 서민들의 모습을 병원과 은행에서의 대기 순서라는 것으로 잘 그려낸 것도 좋았다.
다만, 작품에 빠져들어서 읽고 난 후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작품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통해 느껴지는 남자 독자의 감정이다. 예전부터 소설, 영화,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술 먹고 노름하고 바람피고 아내를 패던 아버지'의 시대를 지났지만 이젠 '이기적이고 배려심 부족한 남자 친구'의 시대가 된 것인가. 최근 소설 문단의 주역인 여성 작가들이 여성 화자의 시선을 통해 보는 남자들은 왜 다 이렇게 타자화 될 수 밖에 없는가. 한마디로 왜 이렇게 나쁜 놈들이 많은가.
결혼을 피하고 아이를 원치 않는 초저 출산율 시대의 문제는 어쩌면 경제적인 것보다 여성들이 여전히 느끼는 관계적, 사회적 불안이 근저에 깔린 것이 아닐까 싶다. 남녀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지만 인간이라는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MBTI의 E와 I로 대변되는 전혀 다른 인간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게 세상이다. 남녀의 차이도 그렇게 보면 어떨까.
여전히 여성들의 시각에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구병모의 작품은 왜 그런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