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머리방... 덕복희?
예전에, 즐겨보던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강호동이 연지곤지를 찍고 무당 분장을 하고 나오는 토크쇼였는데, 매회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나오는 프로였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바로 배우 "한예슬"님이 나온 편이었다.
한예슬이라는 배우는 미국 교포 출신이지만 한국어를 어색하지 않게 잘한다고 느꼈었는데, 이날 같은 교포로서의 "동질감"이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 사장님을 "주인님이..."라고 칭한것이다.
강호동과 옆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다들 빵터져서 웃었지만 정작 말한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들 웃고나서 단어 선택을 잘못해서 아차싶었을거다.
약간의 TMI를 풀어보자면,
영어도 비슷하겠지만, 스페인어로도 작은 가게나 소규모 사업의 경우,
한국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호칭인 "사장"보다 "주인"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스페인어의 경우, 주인은 dueño(두에뇨)라고 부르고
사장은 presidente(쁘레시덴떼) 혹은 CEO로 표현되기 때문에 뭔가 큰 기업의 회장님 느낌이 난다.
교포들이나 2개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말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이따금씩 다른 언어 표현이나 단어가 불쑥 나오곤 한다.
내가 17년만에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미용실"을 아무생각 없이 "머리방"이라고 말했다가 엄청 비웃음을 당한적이 있다.
물론 미용실이라는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입에서 툭 튀어나온 단어였다. 내가 사는 파라과이에는 오래된 미용실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바로 "까끄레 뽀끄레 머리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입에 붙었던 탓이다.
가장 최근에 한국에 갔던 작년에는, 친구랑 약속 장소를 잡는데 떡볶이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문자로 "덕복희"에서 만나자 라고 남겼는데, 나는 덕복희가 가게 이름인줄 알고 가게를 한참이나 해매다가 찾았다. 알고보니 그냥 떡볶이를 덕복희로 부르는거였더라.
한국에 가면 교포인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의아니게 이렇게 소소한 말실수들이 툭 튀어나올 때마다 나는 교포티를 내고 다닌다.
그래도 내 주위사람들에게 이렇게 소소한 웃음거리를 제공할 수 있음에 나도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