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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27

절대로 바뀔 생각 없는 고집

by 세준



다신 읽지 못하지.

찢겨버린 편지를












이제는 다시는


너에게 다가갈 수도 없단 걸


불안하게 사는 것같이 보이지 않는 거지


애써 웃어 보이니 대견하다는 칭찬들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네


사실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았어.


힘들지 않았니?


힘든 거 다 알아.


이런 말들을 원했다는 거


너희들은 모르겠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지 마


사정이란 거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궁금한 척 애써할 필요 없어


눈치가 꽤 빨라 너희 마음을 다 읽은 지 오래야


축 쳐진 분위기가 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래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쓸데없는 고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의 꿈을 설레는 눈빛으로 말해봤자 뭐해


더 이상 나를 초라하게 만들지 말아줘

나 여기 있기 싫어


나는 충분히 힘들다고


너희에겐 1분이


나에겐 1시간이라면 믿을 수 있겠니?


그래.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고 지치는 거 알아


나만 유별나게 이러는 거 아니라는 것쯤은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일들을 하지만

그 와중에 버려지는

자존심과 행복은


어떻게 주워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니?


눈에 힘주고 살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정 주고 사는 게


언제부터 바보 같은 일이 된 건지..


변해버린 추억과


빛이 바랜 시간만이


조금 괜찮다며 나를 다독여줘


수많은 물음들은 계속 끝나지 않지


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괴로운 건지


성공한 사람과 나의 차이가


나의 노력과 재능이라면


나는 여기까지 인 건지


그저, 엄살 피우는

젖살도 안 빠진 어린아이 일 뿐인 건지


따뜻했던 시선이나 마음들이


부러워하던 많은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며 나를 욕하며 돌아설 때


내 안에 쌓이고 쌓였던 슬픔이


끝내 뜨거워져


흐르고 흘러내리네



전부다 쏟아낸 후에는


하나둘씩 녹아내린 후에는


조금은 편해질까?


지금은 괜찮아진 걸까?


차가워진 마음 붙잡고 한숨 한번


난 언제쯤 익숙 해질 수 있을까


시들지도 피지도 못한 채


그렇게 고개를 반쯤 기울이고


또 생각만 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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