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직장동료
설레었다. 설레었다는 표현은 어쩌면 팀장님과의 1:1 면담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조합이다. 연말 1:1 면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꽤 괜찮은 상사를 둔 것 같고, 꽤 괜찮은 회사를 다닌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왜냐하면 이제 것 디자인 팀장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둔 적이 없고, 소속 팀장이 아닌 부서 팀장도 이런 연말 1:1 면담이라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팀원은 이제 약 10개월 정도 된 것 같다. 내성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개인적인 일도, 업무적인 이야기도 먼저 선뜻하지 않는다. 동료인 나에게도 그러니, 상사인 분께는 더 폐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그 친구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다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처럼 흘러갈 수도 있거나, 아예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1:1 면담시간을 가지자고 한 것은 아닐까? 그에 비하면 나는 조금은 서슴없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왜 그런고 생각을 해보면, 힘든 일을 지나가면서 마음의 방둑이 툭하고 무너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인력이 부족한 채 둘이서 일을 헤쳐나갔었고, 그 이후에 정상적 패턴이 아닌, 돌파구라는 명목하에 새로운 사업에 투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의 기준을 새우며 시간을 두 눈을 흐리게 뜨면서 살아간 시간을 6개월 정도 보낸 것 같다. 이때 나는 분출하듯이 나왔다.
적막한 점심 식사 시간이면, 나는 때때로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어색함 때문에 너무 애쓰지 않으려고 한다. 반면교사를 생각해 보자. 퇴사하고 없는 신대리님은 침묵, 공백을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은연중에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럴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은 맥락에 따라서 부정적으로 발현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왜 말을 안 할까라는 생각에 사람에게 많이 당해서, 사람에 대해서 크게 신뢰하지 않아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서 <- 약점마저 포용되고 싶어서 말했지만 실상은 동감보다는 판단.
-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적어서 <- 배신감을 많이 느낀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신뢰성이라는 기준은 곤란한 사람과 일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함일 것이다. 이에는 나의 능력도 포함될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나는 곤란함을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또한, 이해관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동으로 하기 싫은 일이 조직에 떨어진다면,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내가 대신해서 그녀의 일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니요'다. 내 일로도 충분하다. 윗사람이 시켜서 할 수는 있겠지만 나서서 할 자신은 없다. 그걸 알기에 일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인 것 같다.
나는 일의 어려움이나 감정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의 판단이고, 이를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할 수도 없다. 정작 나란 사람도 하루에도 마음에 움직인다. 예를 들어 상사를 신뢰하지만 나의 컨디션에 따라 같은 맥락을 부정적으로 해석이 되거나, 반응을 하기도 피곤한 날이 있다. 또한 신뢰가 무너질 것 같은 날도 온다. 신뢰하지만 반응은 부정적으로 나올 수 있고, 표면의 부정적인 행동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신뢰가 깨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날에는 따로 식사를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내 마음도 컵 속의 물처럼 찰랑거리는 것을 어떻게 타인에게 나를 신뢰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위치도 폭력적일 수도 있다. 신뢰를 먼저 보이지 않고 신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 마음을 조절하는 것은 본인이다. 바라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도 능력이다. 조용함을 불편해하지 않을 연습을 해야 할 것이며, 정을 일단 주고 보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성격상 먼저 말을 꺼내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한 나의 기질을 받아들이고, 정을 주되 바라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나는 회사생활을 아주 하기 힘든 타입 같다.
-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을 것
- 다정한 나를 받아들일 것
- 바라지 말고, 상처받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