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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05. 2023

제주 호우경보의 위엄, 우산이 뿌서지다.

제주도 한달살이 D+10 / 뚜벅이는 실내코스도 날씨가 좋아야지 걸어간다


눈을 뜨자마자  건조대에 올려놓은 빨랫감을 확인했다.

아직 축축하다. 어제 1시쯤에 널어놓은 빨랫감인데 다음날 7시 반이 되어도 축축한 빨라감을 보며 이러다가 옷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건조기를 급하게 돌려본다.  건조기가 돌아가는 이 시간 동안 외출준비를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어제 먹다 남긴 피자를 꺼내놓는다. 그대로 냉동이 된 피자 두 조각은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강제로 뜯으려고 하니 토핑만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것이 일단은 두 조각을 함께 돌려 해동한 후 한 조각을 잘라서 먹기 좋게 더 돌렸다. 잠깐, 애초에 가위로 잘라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샐러드는 바로 소분을 해 놓아 신선하다. 보관 중이었던 발사믹소스를 뿌려본다. 소소한 뿌듯함이 몰려온다. 아차차 생각해 보니 먹다 남은 밤빵이 있는데, 식량창고를 열어보니 샐러드와 함께 온 먹물 빵도 있다. 


미쳐 어제 먹어보지 못한 먹물빵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렸더니, 빵이 쫄깃쫄긋하니 맛있다. 역시, 피자도우도 맛있는 집이어서 그런지 당연히 먹물 빵도 맛있다.  비가 계속 올 예정인데, 내심 비가 오는 날이면 이렇게 도장 깨기처럼  이 집 메뉴를 다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노형동에 위치한 내 숙소는 시티여서 그런지 배달의 민족에 맛집이 한 두 군데씩 보인다.


이렇게 샐러드와 빵으로 아침을 한 후, 화장을 곱게 하니 아직 건조기가 10분 정도 남았다. 건조기를 중지시키고, 빨랫감을 곱게 개어서 정리 후 어제 하루 잘 말린 운동화 끈을 잘 묶고, 하루를 시작한다. 역시나 비가 예사롭지 않지만, 호기롭게 출발을 한다. 그런데 10분을 걸었을 때 벌써 운동화가 축축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운동화 끈 끝이 바닥에 살짝씩 닿았고, 발걸음을 할 때마다 물을 튕기며 운동화  앞코에 와닿는 것이다. 이런 약간 신발끈이 길쭉하게 나온 운동화는 이미 젖었다. 운동화 말리기 어려운데, 이런 생각을 하며 아슬하게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가는 곳은 아르떼 뮤지엄이라는 곳으로 291번을 타야 하고 하루에 3-4번 밖에 경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익숙한 정류장에 간다. 291번이 바로 왔다. 뭐지? 의아해하면서 버스기사님에게 여쭈어보니, 이 버스는 안 가다는 것이다.


봉성? 에서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일단 알겠다고 감사하다고 자리를 잡은 나는 내가 알아본 정보와 다른 이 상황이 미심쩍어  잠깐 정차 중일 때, 다시 기사님께 여쭈어보니, 정리하여 말씀해 주셨다. 자리로 돌아와서 불안하게 있던 나는 이내 그래, 이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제일 잘 알지 이미 나는 탔고, 말씀하신 방법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있었다. 버스기사님은 친절하게도, 봉성에 도착했을 때 여기서 내려서 환승을 해서 가시면 된다고 하셨다.


버스 정류장에 앉은 나는  실시간 버스 현황을 보았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각 버스 정류장에  있는 정보판이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291번은 20-40분 간격으로 오갈 만큼 자주 있다. 하지만 그 버스 중 4대 정도만 어음2리 마을을 경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버스는 특별하게 어떤 표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단순히 291번을 타고 가면 된다고 되어 있던 것이다. 여전히 10일째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버스가 어렵다. 갈아타야 할 버스 시간을 보니  곧 올 예정이라고 한다. 후,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 있다 온 버스를 탄 나는 잠시 한 숨을 돌릴까 하다가 다시 네이버 지도를 켜니, 역주행하고 있는  을  발견하였고, 기사님에게 어음2리를 가냐고 여쭈어보았다. 역시나 기사님은 반대편 방향을 타야 한다면서,

바로 내리면 곧 반대차량이 올 거라고 하셨다. 일단 급하게 내린 나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내가 탔던 버스는 마을버스로, 보통의 시내처럼 마을버스는 정류장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다.


버스 정류장이라고 파악이 되는 곳이 없을 뿐더러 내리자마자 내리는 거친 빗발에  나는 뭄을 숨길 곳부터 찾았다. 덩그러니 차도만 있는 곳에 한 건물이 있어서 몸을 피했다.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컨테이 로 만든 듯한 사무실이었다. 컨테이너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잠깐 몸을 기대었지만 지붕처마는 짧고 바람이 강해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건물 사이에 기대어 있는 의미가 없다. 다시 길가 쪽을 보니 여전히 버스정류장이 어디에 있는지 분간이 안되고, 우산으로 거 센 바람을 막느라 시야가확보되지 않았다. 바람에 방향성 없이 여기저기로 불면서 내 삼단 우산은 힘없이 반복적으로 뒤집어 지길 반복한다.  우산 끝을 잡고 지탱해 보지만 부질 없음을 파악하고 뒤집어진 우산을 이제는 그대로 쓰고, 서있기 조차 힘든 곳에서 버스정류장을 찾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애초에 그 버스도 배차 간격이 긴 버스여서 빠르게 택시앱을 켰다.


평소에 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 나는 앱만 깔려 있을 뿐 등록되어 있는 것이 없다. 전에 단발성으로 썼을 때는 호출하기를 하면 호출이 되고 후에 도착지 도착 후 실물카드로 결제를 하면 되었던 것 같은데 전과 달리 카드를 등록하라고 한다.

이런, 원래 이런가? 생각할 틈과 다르게 빠르게 카드를 등록하려고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한쪽 손에는 의미 없는 우산을 들고 있고, 한쪽 손으로 핸드폰을 조작 중이다. 이 와중에 카드를 꺼너서 cvc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최고 난도를 실행 중이다.


호출이 잡히고 간절한 마음으로 무거운 손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검은색 개 한마리였다. 이런 덩치가 큰 개가 앞에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혼미백산이었던 것이다. 개를 피해 자리를 옮기니 바람이 더 불고, 애매한 자리에서 어찌할 줄 모른 채 있는 데 다시 개를 보니 저놈이 보아도 나는  불쌍한 인간인가 보다 경계를 풀고선  빗물에 젖은 몸을 털곤 본인 자리로  될돌아가 앉는다.


이런 내가 봐도 지금의 나는 위협적이지 않다. 강아지가 앉으니 이젠앞뒤로 펄럭이는 내 우산의 날카로운 천의 부대낌이 내는 소리가 우산임에도 공포심을 준다. 흔들리는 전깃줄이 떨어져서 감전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잠시 상상한다. 그래 이런 일이 제주도에서 한 두 번이겠어 전깃줄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까야. 나는 마음대로 상상이 되는 것들을 대답하면서 괜찮아라며 택시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택시는 바로 왔다. 후, 한숨을 돌린다. 택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기로 유명하지 않냐며 어제오늘은 바람이 강해서 비행기도 결항이 많다고 하신다.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아르떼뮤지엄에는 결항과는 무관하게 제주도 실내코스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운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을 마치고 올 때는 바로 택시를 잡고 집에 와서 몸을 녹이고자 사놓은 순두부찌개에 계란프라이, 스팸을 튀겨먹는다. 아.  이 정도는 구워야 스팸에서 돼지 냄새가 안나는구나 생각하곤 좋아하는 포카칩을 반봉지 먹고 설거지도 하지 않은 채 일단 낮잠을 잔다. 오후에는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내일은 우산이 빠개졌으니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장우산을 사야 할 텐데,  사는 게 문제가 아니고 장우산이면 다시 가지고 갈 수가 없어 고민이다. 이참에 3단 우산은 망가졌으니 스타벅스 한정판 우산을 하나 살까도 생각이 든다.






여행의 팁

- 버스기사님에게 가는 곳을 물어보자

- 아르떼 뮤지엄은 뚜벅이가 가기에는 험난한 코스임

- 택시 앱에 미리 카드를 등록해 놓고 가자

- 탐나는 전(지역카드)는 발급신청을 하고 일주일은 돼야지 수령가능

- 우비 챙겨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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