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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12. 2023

물멍의 시간, 인과관계가 없는 질문들

제주도 한달살이 D+ 17 / 살아있는 것들의 들숨날숨 같은 파도  

조금 편히 일어나리라, 어제저녁에 알림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맞추었다. 많이 피곤했던 나는 그 알람조차 미루고, 정신을 차려보니 10시가 되었다. 늦잠이다. 그래, 늦잠을 자고 싶었다. 한달살이도 기한이 정해진 여행이라, 너무 빡빡한 일정을 강행했던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그래도 집에 있을 순 없지' 하며, 40분이면 돌아다닐 수 있는 곳들을 지도앱에서 확인해본다.


어제 점찍어 두었던 곳으로 행한다. 수복강녕이라는 곳인데 11-4시까지만 운영이 되고 라스트 오더는 3시까지만 받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도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 곳으로 점심 장사만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점심식사는 관광지에서 먹고 숙소근처에서는 막상 점심을 먹을 일이 드물다. 그래 늦게 일어난 김에 이런 곳에 가자하고 커피를 내려, 라테 반컵을 마시고 떡갈비를 먹을 마음에 기분이 좋다.  떠난 발걸음은 오늘도 뜻하지 않게 이곳저곳을 옮기게 되었다. 일단 방문하기로 한 음식집은 당일 전화로만 예약제가 되는 곳이었고, 1인은 안 되는 곳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고 가야지 하고 근처에 알아봐 두었던 다른 국숫집으로 갔다.


여기도 줄 서서 먹는 곳이라니, 못 먹는 건 아닐까 고민했지만 10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밖에 비치되어  있는 포장마차용 의자에 앉아보았다. 이런 여자 혼자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반대쪽 의자에 남자분이 한 분 있는 것 같긴 한데 문득 든 생각은 생각보다 여행와서도 혼자 식사를 잘한다.


생각보다 혼자 여행 온 사람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32세이 나이까지 , 혼자서 여행을 한 번 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안타까웠는데 막생여행지에 와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리를 형성하여 오고 있다. 그래, 난 생각보단 닥치면 다하는 스타일이구나.라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그러고 보니 저번 카페에서  사장님도 그러셨다. 혼자서 오셨다니 대단하다고 쑥스럽지만, 막상 해보니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많이 고민했던 선택이었으니까. 그렇게 혼자서 밥은 먹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을 한다. 

도두동무지개해안도로

근래에  느낀 점이 있다면참 많은 사람들이 5월에 관광을 온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수학여행으로 그리고

가족끼리 모임으로 그리고 관광객으로 제주도를 방문한다. 관광객들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난다. 우리 부모님은 여기에 함께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나 혼자도 벅차서 함께 하지 못하는 부모님. 그런데 이 좋은 것을 혼자 보자니 아쉬운 마음과 더불어서 지금 내 나이에도 벅찬데 늙은 나의 부모님의 같은 길을 가더라도 얼마나 더 힘드실까. 하루라도 빨리 여행을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알아서 여행을  다녀주면 자녀 마음이 한 결 더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실 줄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은 최대한 늦게 입문하신 어머니와 아버지는 여전히 스마트 폰이 아니시다. 스마트폰이면 지도를 활용하여  돌아다닐 수 있는데 늦은 나이에  이제 다 배워서 뭐 하나라는 말을 하는 부모님 싫다. 생애 끝이 바라보는 말은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리 될까 생각하면서 최대한 문명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것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드는 것일까? 아마, 나의 부모님은 자신의 문화를 포기하고 나를 키워 그런 것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그렇게 관광객들을 보며 애상감을 뒤로한 채 집에 가려고 지도를 켠다. 그러다가 가까운 주변에 있는 알작지라는 곳을 혹시나 하여 검색해 보니, 이런 이것도 7분 후에 온다고 하니 그러면 가야지라는 마음이 들어 오늘도 예상보다 한 군데를 더 방문하게 되었다.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서 알작지까지의 거리는 월정리처럼 소담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알작지는 내게 손에 꼽히는 해안이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해변은  에메랄드 빛의 함덕 해변뿐이었다. 제주도의 특성이 있는 검은 돌이 있는 다른 해안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특이점이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여기는 다르다. 알작지는 퇴적물인 돌들 물려와서 바닷물에 오랜 세월 깎이면서 동글동글해진 것이다. 그 동그란 돌들의 모양이

알 같아서 알작지라는 말이 붙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나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물이 들어올 때는 알맹이 사이사이를 가로질러서 물이 들어오는 촤르르 소리 물이 빠져나갈 때는 아래 돌 사이에서 공기가 올라오면서, 그리고 탄산이 빠지는 소리 들린다. 그 소리의 다양함은 너울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아주 매력적인 소리다. 끝없이 왔다 갔다 하는  물들을 보면서 생각에 빠지었다. 물을 왜 부질없이 들어가고 빠지고 할까. 살아 숨 쉬는 작은 동물들이 잠잘 때 모습을 보면, 그 몸통이 숨이 들고나가고에 따라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처럼 지구가 살아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인 것일까 나는 무엇으로 살아있음을 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어떤 흐름을 타고 계속해서 들었었는데, 막상 일기에 적으려고 생각해 보니 기억이 흐릿한 것이 생각보다 바닷소리에 빠져 있었나 보다.

생각의 인과관계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지 또다시 생각에 빠져 1년 동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과 방송통신학교로 전공을 바꿀까라는 생각 글쓰기와 심리학과 관련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우후죽순 들었다.


나는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했지만, 앞으로도 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과 회사울타리가 아닌 스스로 활동을 하려면 다른 수입라인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얼굴을 공개하고 sns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가 생각이 든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서 젊은 부자들이 참 많다. 각종 sns인플루언서들과 인터넷망은  그들의 활약을 과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같은 결과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젊기 때문에 그 영광이 더욱 크게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더욱이 젊은 스타들을 더 바라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성공한 사람들이 더 많은 영광을 누르게 되는 것 같다. 개인활동을 한다는 것은 결국, 개인의 실력뿐 만 아니라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건강한 아름다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 있고, 젊고, 아름다움 결국 이 진리는 세대를 불변하고 진리인 것 같다. 뭐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는 것들이다. 이번 제주도 한달살이가 끝이 나면 운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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