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갑자기 오고, 준비는 조용히 쌓인다"
연휴를 앞두고 마감을 끝냈으면 했지만, 일정이 미뤄지면서 결국 연휴 다음 날로 마감일이 잡혔다. 덕분에 도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연휴 내내 한쪽 귀퉁이에 일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답답함도 함께했다. 그렇게 마지막 연휴까지 도달했다.
이번 도서는 유독 손이 많이 갔다. 표지 작업만 해도 2-3회차를 거치며 완전히 다른 시안이 6-7개쯤 나왔다. 가정육아와 인문서라는 두 가지 콘셉트 사이에서, 저자와 편집자 간 명확한 협의 없이 디자인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이 협의된 것이라 착각한 채 작업이 흘러갔다. 이런 일은 종종 있고, 사업 구조나 소통 방식에 따라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점은, 나는 신뢰하는 편집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손발이 잘 맞는 것을 넘어서, 이분은 책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저자나 사장 등 여러 이해관계자 앞에서도 단호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태도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 늘 배우고 싶은 자세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껴지는 어른을 만나는 일이 흔치 않다. 나에게는 이분이 그런 존재다. 부드럽고 강한 사람. 퇴사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함께 소통하며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인연이다.
그렇게 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던 중, 뜻밖의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유명 자기계발 유튜버에게 북디자이너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독자 수만 약 82만 명. 지금까지 작업한 저자들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분이라는 점에서 무척 설레었다. 북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려면, 결국 잘 팔리는 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 안에 있다. 물론 작품성 있는 디자인으로 출판사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질 수도 있지만, 대중에게 직접 닿는 길은 결국 판매와 연결된다는 현실적인 인식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기회는 분명 큰 의미가 있었다.
상대 측에서는 간단한 디자인 인스타그램 주소만 요청했다. 이미 편집자들로부터 여러 디자이너를 추천받은 상태였고, 그들은 북디자인 전문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간단한 포트폴리오 접근 링크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다. 북표지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에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없다. 회사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저작권 이슈도 얽힐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디자인 인스타그램 계정은 만들지 않았다.
게다가 외주 일도 하고 있는 중인데, 하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회사 일과 외주 작업을 함께 올릴 수도 없다. 회사에는 겸업 금지 조항이 없지만, 부업을 한다는 사실이 노출되는 건 여전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외주 디자인 작업도 아직은 포트폴리오로 정리할 만큼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들어온 기회였다.
일단 지금 하고 있던 작업을 마무리한 뒤, 그 유튜버에게 어울릴 만하다고 판단되는 작업물 몇 가지를 추려 PDF로 만들었다. 상대를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포트폴리오에 최근 작업 몇 가지를 덧붙여 빠르게 전달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주 디자이너용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했다. 도서 외주 작업물이 5권쯤 모이면 그때 시작하자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예정보다 기회가 빨리 오는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 과정에서 최근 GTQ 학습을 병행하며 얻게 된 몇 가지 팁도 있었다.
✅ 1. 비공개 온라인 포트폴리오 링크 만들기
클라이언트가 검색해서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설정하세요.
✅ 2. 가명 또는 별도의 외주용 브랜드 사용
회사와 분리된 외주 정체성을 구축하세요.
✅ 3. PDF 포트폴리오에 암호 설정하기
작업물 유출을 막기 위한 간단한 보안 수단입니다.
✅ 4. 메신저를 통한 직접 전달
온라인 검색 노출 없이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 보안 팁 정리
회사 로고나 클라이언트 이름은 포함하지 마세요.
실명 검색 시 포트폴리오가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