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적 꽃이었나?
저는 동네탐방이 오랜 취미(?)예요.
동네 골목길 구석구석 혼자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해요.
주말에 그냥 길을 무작정 걸을 때 있지요.
요 며칠 하늘이 오랜만에 푸른빛이 좀 돌길래요.
일단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어느 집이 문을 닫았나, 새로 열었나,
길 모양을 따라 어떤 점포들이 집중 들어서나 이런 것들을 흥미 있게 봅니다.
그리고 걱정을 하지요.
가게들이 임대로 많이 나와있구나
전보다 얼마나 길거리가 낡아졌다.
뭐 이런 걱정요.
남편은 참 바쁘겠다고 맨날 놀립니다.
나라 걱정
동네 상권 걱정
경제 걱정
젊은이들 연애 걱정
바다 건너 미국걱정까지......
갑자기 좁은 대문사이로
구부러진 허물어진 계단 몇 칸 사이로
보이는 꽃들
와~ 이것은 뭐지?
그 화려한 꽃밭과 잘 가꾸어진 화단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탱탱함
요즘은 너무너무 꽃 판? 이죠
무작정 쏟아부은 꽃들
자세히 보면 그냥 막 모아놓은
그냥 막 뿌려놓은 꽃으로 다 가려놓은 느낌의 풍경 많더라고요.
피곤한 얼굴
화장으로 막 가려놓은 느낌도 가끔 받아요.
그런데 아주 낡은 구석진 동네까지 찾아가서 걷다 보니
그냥 음악 들으면서 휙 지나치다가 저절로 눈이 쏙 돌아간 집이 있어요.
반지하 같은 아주 오래된 노포... 낡은 집에서요
정말 밝고 이쁜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으로 손길 다듬은 느낌의 꽃을 보았어요.
막 가려놓은 그런 꽃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길가 좁은 집
낡은 계단으로 졸졸 이 놓인 화분
그 좁은 곳에 매실나무도 오래도록 분재화되어 있었네요.
다시 눈길을 돌려 감탄하고 살펴보니 안주인께서 올라오셔서
"참 예쁘죠?"
저는 다년생인지 이것저것 묻고 나리꽃을 보고 또 보고 참 예쁘다고 말하고
감사인사하고 돌아서니
그 예쁜 안주인께서(정말 미소가 너무 예쁘신 분)
"언제 이렇게 예쁜 적이 있으셨어요?
우리도 지나가던 사람이 돌아볼 만큼 예쁜 적이 있었을 거예요"
이러면서 제가 언제 이렇게 예쁜 적이 있었냐고 묻는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시기가 있었나?
전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총총 돌아오는데 왜 그리 시절 인연들이 생각이 나는지.....
난 이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지금이 제일 좋아~
그런데 귀에 꽂아둔 올드팝이 어느새 옛 시절로 자꾸 데려가네요.
어쩜 가장 이뻤을
가다가 누군가 돌아보고 싶어서 돌아봤을 수도 있던 시절의 음악
길을 걷다가 참 예쁜 꽃 만났어요.
표정이 있는 꽃요.
며칠 있으면 시들고 화분채로 막 버려지는 꽃 말고
오래도록 가꾸고 다듬어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