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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린 Sep 22. 2024

우리 반의 인기스타 이든

아이 입학 후 매일 교실문 앞에서 아이를 픽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 반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모두 익히게 되었다.


그중 우리 아이의 반 스타는 '이든'이었다. 


이든이는 아주 밝고 적극적인 아이이다.  

반 친구들은 모두 이든이와 놀고 싶어 한다.

가끔은 아이가 집에 와서 이든이랑 놀고 싶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같이 못 놀았다고 아쉬워할 정도다.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의 중심에 있는 이든이는 안타깝게도 신체적 장애가 있어 보조기를 의지해 걷는다, 언어를 연하기가 어려워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수업을 받지만, 학습을 따라기도 어렵다. 하지만 내가 본 이든이는 보조기에 의지하지만 다른 아이들 못지않게 빠르게 걷고, 매일 놀이터에 나와 놀기를 좋아하는 아주 활동며 방긋 웃는 얼굴이 천사 같은 아이다.


이들은 이든이의 소리를 듣고 얼굴표정을 읽어 이든이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이든이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이든이가 놀이터에 나와서 미끄럼틀을 타러 올라가고 손짓을 하며 소리를 내면 여자 아이들이고 남자아이들이고 할거 없이 여럿이 달려와서 이든이를 들어 올려줬다. 든이를 위해 학급아이들이 간단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수화를 통해 이든이와 통도 할 수 있었다. 가끔 학부모 도우미를 하러 학교를 가서 보면 교실수업시간이나 교실 외 수업시간에도 이든이를 기다려주어야 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 어느 한 명도 불평하지 않고 차분히 이든이를 기다려줬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든이의 엄마를 가끔 학교에서 마주칠 때 보면 이든이 엄마가 이든이를 어린아이처럼 대하거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대우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보조기를 의지해 걷는 아이를 한 번도 부축해 주지 않았고,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든이가 스스로 줄을 맞춰 설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별히 이든이에게 편의를 베푸시지 않았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학급 부모들도 모두 이든이나 이든이 엄마를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든이가 자기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학기말 학부모 참관 수업을 갔다가 이든이 엄마를 만나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든이 엄마는 이든이 입학 전 아이에게 가장 맞는 학교를 찾기 위해 여러 학교를 다녀봤다고 했다.

그중 현재 이든이와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직접 이든이 엄마에게 연락해서

이든이가 꼭 우리 학교에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든이가 우리 학교에 멋진 보물이 될 것 같다고. 

아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입학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았던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런 게 정말 선진국이구나 싶었다.





나는 그동안 이든이 엄마에게 그동안 하고 싶언던 말을 조심스래 꺼냈다.


부끄럽지만 저는 학교를 다닌 12년 동안
한 번도 저는 이든이처럼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 과학교를
함께 다녀본 경험이 없어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이든이를 이 학교에 보내줘서 고마워요. 이든이와 같은 반 생활을 하면서 저도 저희 아이도 많은 걸 배웠어요. 고마워요. 이든이는 정말 멋진 아이예요.







*7년이 지난 지금.

이든이는 씩씩하게 자라서 6학년이 되었고

우리 아이와 다시 한 반이 되었다.


이든이는 여전히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고,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졸업을 하면

특수 중. 고등학교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중. 고등학교부터는 수업이 어려워져서

이든이가 함께하기엔

어려움 울 것이라고 판단된 것 같았다.


이든이는 어디서든

멋진 인기스타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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