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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
02화
엄마와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by
로린
Sep 28. 2024
나는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아이를 위해서 이대론는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심리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유명한 호주 심리 상담가 분이
마침 내가 사는 멜버른에 방문하신다고 해서 만나 뵙게 되었다.
심리 상담가 분이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시더니
나에게 물으셨다.
한 방안에 우는 엄마와 우는 아이가 있다고 상상을 해보십시오.
그중 누구에게 다가가 위로하겠습니까.
나는 당연히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상담가가 말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도
엄마가 계속 울고 힘들어하면 아이는 계속 울게 될 거라고.
엄마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면
곧 아이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될 거라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호주 부모들은 이 원칙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주 잘 지킨다.
호 주엉마들은 아이가 태어난 지 며칠이 되지 않아도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신생아 아이를 데리고 카페를 향한다.
갓난아이가 담긴 신생아용 카시트 바구니를 카페 바닥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엄마들
을
쉽게 본다.
싱글맘 캐더린은 아이들을 애아빠에게 맡기고
친구들과 일주일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자신만을 위해서 회사에 휴가 신청을 하고,
아이를 방과 후 수업까지 맡긴 후 긴 하루 휴식을 취하는 엄마도 있다.
꼭 생일, 기념일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엄마, 아빠 각각 혼자서
혹은 둘이서 휴식이 필요한 날에는
꼭 시간을 만들어서 휴식시간을 가진다.
같이 일을 했던 동료 이본은 남편의 직장 때문에 아주 먼 시골동네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한번 시내에 나가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려면 2시간 차를 타고 나가야 했는데 (왕복 4시간),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 시내에 호텔을 잡아두고
남편과 이본이 번갈아가며 아이를 보고 한 명씩 영화를 보고 왔다고 한다.
나는 이런 엄마나 아빠들을 보면
꼭 그렇게 까지 하면서
자기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호주 엄마들이 육아하는 걸 가까이서 보면서
아. 그렇게 하는것이 맞는거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리프레쉬한 시간을 가지는 만큼,
호주엄마들은 정말 육아를
할 때 보면 100%를 다한다.
자신의 감정조절을 잘하고,
아이의 귀찮은 질문이나 짜증도 화내지 않고 잘 받아준다.
아이 셋, 넷을 데리고 혼자 외출을 해도
아이 하나 다루듯 수월히 한다.
아이에게 쉽게 화내지 않고 다정한 엄마.
자신의 감정도 크게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적인 육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는 것이
현실에서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삼칠일동안 외출하지 않으면서
우울하고 답답
해
져 예민해졌고,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포기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미루고
내 몸이 쉬고 싶을 때 쉬지 않았는데
결국엔 내가 우울해지고 힘들어져서
내 감정이 엇나가는 건
다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나를 보고 반성하게 됐다.
나는 우리 아이가 커서
'내가 너 때문에 어떻게 했는데"라는
말을 하는 엄마는 절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기고 살려 노력한다.
항상 아이를 먼저 두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아직도 어렵고 서툴다.
하지만 계속 이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keyword
아이
엄마
호주
Brunch Book
호주에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
01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아이와 살기로 결심한 이유
02
엄마와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03
레인보우 베이비
04
호주의 어린이집
05
호주 어린이집 생활
호주에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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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20년째 생활중. 호주에서 두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워킹맘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호주에서 직장인으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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