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업무를 보다 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떠들다 의미 없이 대화를 마무리한다. 그러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 별 뜻 없는 듯한 행동 하나에 훅 하고 마음이 두드려질 때가 있다. 최근에 세일즈 팀의 한 직원과 대화할 때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세일즈 업을 해서 하루에 70통 정도 전화통화를 해요. 내가 매일 그렇게 많은 사람들하고 대화해 봤지만, 당신의 목소리는 참 듣기 좋네요'.
그것이 그녀가 차곡차곡 세일즈 경력을 쌓으며 닦은 기술의 말 인지는 몰라도, 그 말 한마디는 내 머리가 쭈뼛 설만큼 놀란만큼 감동을 줬고, 지금도 그녀의 말이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의도했건 안 했건, 아니 의도를 했더라도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와 친절한 행동은 상대의 마음을 두드려 감동을 쓱 밀어 넣어주는 힘이 있다. 그런 힘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믿게 된 한 계기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용직 직원들은 업무가 끝나면 자신의 일한 시간을 기록하고, Payroll은 그 기록들을 조합해서 급여를 계산한다. 즉,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더라도 기록하는 것을 잊으면 하루치 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직원분들께 아무리 공지하고, 마감 시간에 공지 이메일을 보내도 업무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잊어버려 급여가 계산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워하는 나를 보며 우리 매니저는 나에게 말했다. '그들도 다 어른이야. 자신이 업무시간을 기록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해. 우리가 계속 업무시간을 기록을 하라고 일일이 재촉하고 알려주다 보면 그 사람들은 너의 재촉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하지 못할 거야' 매니저의 말이 맞다고 생각이 되다가도, 직원이 급여를 받지 못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일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마치 아이가 숙제를 안 해서 선생님한테 혼날걸 알지만, 아이가 스스로 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입 꾹 다물고 그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엄마의 마음 같았달까. 그러나 아무리 안타까워도 난 상사의 말을 따라야 했고, 현실적으로 내가 수백 명이 넘는 직원들을 매번 일일이 다 챙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연세의 톰이라는 분이 일용직 직원으로 입사하셨다. 톰의 첫 근무날, 컴퓨터로 업무시간을 기록하는 부분을 어려워하셔서 긴 시간 전화기를 붙잡고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드렸다. 이후 급여날이 될 때마다 톰이 걱정돼서 그의 업무시간이 기록되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날도 어김없이 톰의 업무시간을 확인하다가 톰의 업무 시간이 며칠 비어있는 것을 보고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마음에 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걱정하는 내 마음을 안다는 듯 톰은 며칠 일을 쉬어서 업무기록이 비는 것이 맞다고 확인해 주시면서
"People like you make my day, thanks"
"고마워요. 당신 같은 분이 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요"라고 하셨다.
나는 톰에게 답장을 드리며 말했다.
"You just made my day too! Thank you so much"
당신도 방금 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었네요. 고맙습니다.
내가 톰의 업무시간 기록표를 체크하고 이메일을 보낸 건 단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 짧은 5분의 시간으로 나는 톰의 하루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됐고, 1분도 안 돼서 날아온 그의 답장은 나의 하루를 아니, 지금까지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톰의 이메일을 회사 컴퓨터 배경화면에 저장해 두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실수만 한가득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날, 나는 톰의 이메일을 꺼내보며 다시 되새긴다. 나라는 사람은 한 사람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느 마음을 연구하는 교수님이 그런 말을 했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나를 멋지게 꾸미는데 돈을 쓰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끌어 내기리보다,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행동하나는 요즘 사람들이 찾는 가성비가 아주 좋은 자존감 높이기 방법이 아닐까. 좋은 말을 건네는 것은 큰 노력이 들지 않지만 말을 하는 이도 듣는 이도 오래오래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전해주자.
"Kind words can be short and easy to speak, but their echoes are truly endless.”
— Mother Teresa
친절한 말 한마디는 아주 짧고 쉽지만, 그 울림은 끝없이 퍼져 나갑니다
-마더 테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