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울증
우울증이 벼슬도 아니고, 제목 쓰고 보니 좀 우스워서 잠깐 웃었다.
그래 벼슬도 아닌데 자꾸 이것을 가지고 뭘 쓰려고 하니 딱하기도 하다.
하하하
그래도
어떡해
우울증
맞는데
나원참
우울증 가지고 농담할 기분이다 오늘은.
농담으로 치부하거나 잠시잠깐 기분탓으로 날려버리려 해도 우울증은 끝내 서늘하다.
그래서 여태 쓰면서 견디고 다시 또 써보면서 살피는 게 아니겠나 싶다. 서늘하고 울적하고 심상치 않은 그것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그리고, 가진 것이라곤 우울증 뿐 정말 수중에 우울증 세 음절 남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좀 가볍게 다시 한 번 내팽개쳐보고자 싶다. 그냥, 단 한 순간이라도.
우울증이니까 매일 녹진하게 진득하게 꾹꾹꽉꽉 우울하랄 순 없는 거다.
우울이고 자시고 약은 야무지게 털어넣되 효과에 대해서도 핏대 세워보며 미묘한 뭔가를 느껴보겠다고 안간힘 쓰지 않고. 쓱 지나가고 싶다. 스윽.
글쎄 그럴까, 될까 싶던 이 작다면 작은 바람이 정말 이뤄지고 일어난 것 같다.
깊고 찬 지하까지 내가 내 손으로 땅파 기어들어가듯 전력적으로 내가 내 신경을 긁으며 더욱더 상태가 나빠지던 때가 있었다. 한때였지만 거참 끔찍했었다. 자, 우울증이라면 그만큼 바닥을 쳐보자 치자, 가자, 죽자 꺼져 없어지자 내가 나를 패대기치던 때.
그러나 나를 가만히 두고 보면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거지 그렇게 자연히 땅꺼지게 늘어지거나 까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씩 평이한 시간들로 진입하면서 더욱더 약을 멋대로 끊고 멋대로 까먹고 진료에 가서는
그런데 제가 너무 약과 상담에 의존하는 건 아닐까요 ? 묻기도 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선생님께 여전히 약처방이 필요하며 우선 내원 시기부터 잘 지키라는 당부만 들었을 뿐이지만.
정말이지 떨어져나간 창문 자리로 쏟아붓는 장대비 세례처럼 매일이 대차게 힘들었던 그옛날은 분명 지난 것 같았다. 지났다. 지금 역시 그 감상이 이어진다.
속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그 다음, 더 할 말은 없지만.
특히 ‘눕지말자 눕지마. 눕고 싶지 않다 나는!‘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흘렀다.
발걸음도 조금은 빨랐다. 일하는 시간은 여전히 나를 많은 것에서 해방시킨다.
이렇게 가뿐할 수가. 맞아
그래 우울증이지만 나날이 지옥은 아니다. 간곡히 바라면서 동시에 이미 잘 알고있던 사실.
덜한 날들을 누리면서 천천히 걷는 거지.
아직 우울증과 이별할 수는 없는 신세지만 오늘 참 몹시 괜찮다, 좀 다르다 같은 말들이 머릿속을 떠돈다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