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전기가 내꺼였음 좋겠어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by 유녕

태어날 때부터 모든 전기를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


엑스맨 속 사이클롭스는 눈에서 엄청난 광선을 뿜지만, 난 그건 아니었음 좋겠어. 아니, 그 정도의 광선이나 전기는 필요하지도 않아.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사소한 거야. 내 손으로 전기를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 많이는 말고 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배터리가 절대 닳지 않을 정도만 되면 좋겠어.


아니, 좀 더 욕심부려도 좋을 거 같아. 우리 엄마가 요리를 하고 있을 때 전자레인지에 손만 대도 전기가 흘렀으면 좋겠어. 화장실이나 내 방에 등을 킬 때 내 손에서 전기를 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우리 집 전기세는 확 줄어들 걸? 십 분의 일, 아니 아예 빵 원일 지도 몰라. 그러면 엄마는 나에게 말할 거야. 아이고 착하다.


물론 절대로 들키면 안 돼. 내가 손으로 전기를 내뿜을 수 있다는 걸 들키면 연구소에 끌려갈지도 몰라. 내가 어떻게 전기를 내뿜는지 나도 모르는데, 온갖 생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나를 두고 토론을 할 거야. 쟤는 왜 저렇게 태어난 거야? 무슨 전기뱀장어와 인간 혼종인가? 이러면서 말이야.


그래서 유용하지만 사소한 이 초능력을 가지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

딱 내 핸드폰과 노트북 건사할 정도로만 말이야. 엄마한테 효도할 정도로만 말이야.


아주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조금 자랑할지도 모르지.

나 전기세 안 내도 되는 사람이야. 신기하지?

나 니 핸드폰도 충전시켜줄게. 이리 와.


그 소중한 사람이 날 배신할 수도 있겠지.

그러면 소중한 애인에서 세상에서 제일 나쁜 ex를 찾아갈 거야.

그리고 딱 한 마디만 할거야.

너 이 새끼, 말하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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