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웃들

by 김지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지 몰라. 아니 왜 남의 지붕에다 먹을 걸 주냐고. 남의 지붕에다.”

70대로 보이는 홈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자기 집 앞을 쓸면서 허공에 대고 악을 썼다. 그 집이 목사 집이라고 했으니, 그는 목사의 사모일 터였다.

“안녕하세요. 저 어제 이사 왔어요.”

내가 인사했지만, 사모는 인사를 제대로 받지도 않고 계속 떠들었다.

“아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어요? 먹을 걸 치우면 또 갖다 놓고 치우면 또 갖다 놓고. 내가 고양이들 때문에 아주 못 살겠어요.”

새로 이사한 집의 옆집에서 또 고양이를 싫어하다니, 할 수 있다면 이사를 무르고 싶었다.

“저리 가. 저리 가.”

사모가 자기 집 지붕을 향해 빗자루를 치켜들고 소리쳤다. 지붕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다른 데 다 놔두고 왜 거기다 새끼를 낳아, 왜 남의 집 지붕 위에서 새끼를 낳냐고.”

“저기 고양이가 있어요?”

“에미가 두고 가버리고 안 오니까 저게 맨날 저 위에서 울어서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요.”

“새끼라 못 내려오는 거 아니에요?”

“자꾸 먹을 걸 주니까. 또 주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 있을 테니까. 저것도 다 치워야지. 놔두면 또 먹지.”

사모가 지붕으로 다가가더니, 그 위를 빗자루로 쓸었다.

사모는 그 전의 옆집 아저씨와 닮은 점이 많았다. 같은 연배에 목소리가 크고, 고양이에 대한 적개심을 당당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그랬다.

그때 요다는 새 집 부엌의 싱크대 위에 숨어있었다. 요다는 이사한 날 거기 올라가 이틀 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우리 집도 고양이 키워요.”

미리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고양이가 천진데 고양이를 또 키워요?”

“..........”

“절대 저기다 음식 주면 안 돼요.”

“안 줘요.”

정말로 안 줄 결심이었다. 그 전 집에서 고양이 사료를 지붕 위에 줬다가 옆집과 크게 다툰 적이 있다. 내 집 지붕에 밥을 주는 것도 시빗거리가 되는데, 남의 집 지붕에 밥을 주다 걸리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절대 주면 안 돼요.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

사모가 협박하듯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몇 시간 뒤 목사 집 앞을 지나는데, 사모가 인기척을 듣고 뛰어나왔다.

“지금 지붕에 음식 줬어요?”

사모가 따지듯 물었다.

“아니요.”

“정말 안 줬어요?”

“네.”

“절대 주면 안 돼요.”

“네.”

절대로 밥을 주지 않을 결심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새끼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옥상에 올라가 목사 집 지붕을 살펴보았다. 지붕 위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어쩌자고 저런 데다 새끼를 낳은 것일까. 넓디 넓은 지붕 위에 홀로 남겨진 녀석은 세상에서 제일 고독해 보였다. 녀석은 온 종일 지치지도 않고 울어 댔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녀석이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도저히 더는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사료를 챙겨 집을 나섰다. 목사 집 앞을 지나가는 척하면서 집 안을 살폈다. 대문 너머로 닫힌 현관문이 보였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이었다. 부부가 주말 예배에 가고 없을 것 같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사료를 주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며 집을 한 바퀴 돌았다. 집은 3면이 골목과 면하고 있는데, 두 면은 지붕이 높아 접근이 불가능했다. 한 면만 지붕은 낮고 길은 경사져 있어서 경사로 위쪽에서 지붕이 내 눈높이까지 낮아졌다. 사료를 줄 만한 곳은 거기 밖에 없었다. 거기는 사모가 음식을 치우던 곳이기도 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지붕 위에 바싹 마른 음식 찌꺼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잠시 후 내 발소리를 들은 녀석이 지붕을 덮은 방수포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밥을 주기를 기다렸다. 지붕 바로 밑이 창문이었다. 창문 안쪽에서 사모가 내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료를 지붕에 쏟아붓고 집을 향해 뛰었다.

지붕 위는 사막이었다. 가끔 비가 왔으나 한나절만 해가 나도 물은 바싹 말라버렸다. 물은 그릇에 담아 줘야 하는데 사모 눈치가 보여 그릇까지 가져다 놓을 수가 없었다. 녀석이 오래 버티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울음소리는 계속됐다. 먹은 것도 없이 어디서 힘이 나서 저토록 끈질기게 우는 것일까?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녀석의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온종일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녀석이 죽었는지 지붕에서 내려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더는 그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데 안도했다.

얼마 뒤 사모와 마을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다. 화장을 하고 정장 투피스를 차려 입은 사모는 딴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먼저 사모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그제야 나를 알아본 사모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겸연쩍은 표정이 지나갔다. 그날 웃는 얼굴로 인사한 뒤로 나를 대하는 사모의 태도가 달라졌다. 나와 마주칠 때마다 요다를 밖에 내보내지 말라고 경고하는 건 여전했지만, 그런 말을 공격적으로 하는 대신 요다를 걱정하는 척 에둘러 했다. 듣기가 한결 나았다.

“우리 로즈를 곧 풀어놓을 텐데, 고양이들이 이렇게 밖으로 다니면 큰일 날 텐데.”

어느 날 밤, 집 앞에서 마주친 사모가 말했다. 로즈는 목사가 키우는 늙은 셰퍼드였다.

“얘네 우리 집 고양이 아니에요.”

나는 사모를 피해 저만치 도망친 고양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행히 요다는 그 자리에 없었다.

“고양이가 길고양이들 두 세 마리랑 맨날 어울려요. 못 만나게 해야지. 내보내지 말아야지요.”

사모가 잔소리하는 동안 목사가 로즈를 대문 밖에 풀어놓았다. 로즈가 나타나자 고양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때 지나가던 이웃이 골목에 어슬렁거리는 로즈를 보고 한마디 했다.

“개를 풀어놓으시면 안 돼요.”

“저녁에 산에 데려갈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 개는 짐승들만 공격하지 사람한텐 안 그래요.”

사모가 볼멘소리로 변명하면서 로즈를 데리고 들어갔다. 골목이 조용해지자 다시 고양이들이 나타나 내 주위를 맴돌았다.

사모의 화단에서 똥을 누는 고소영

나는 사모 몰래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우리 집과 목사 집 사이에 있는 야적장이 고양이들의 급식소였다.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주러 나갈 때마다 쪽문을 살짝 열고 사모의 동태를 살폈다. 하루는 사료를 주려고 마당에 나서는데 담 너머로 사모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집 담벼락 아래 사모가 가꾸는 화단이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거기 들어가 흙을 파헤치고 똥을 싼다고 뭐라고 하는 거였다. 다음 날 사모의 화단에는 망이 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엉성한 망으로는 고양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고양이들은 망 사이로 들어가 계속 볼 일을 봤고, 그럴 때마다 나는 사모가 나타날까 봐 조마조마했다.


여름 밤 고양이들과 어울리다가 귀가하는 목사 부부와 마주쳤다. 사모는 안 쓰던 모자를 쓰고 계절에 안 맞게 긴 팔에 긴 바지 차림이었는데, 살이 빠져 팔다리가 헐렁했다.

“어디가 안 좋으세요?”

내가 물었더니 사모가 다가와 속삭였다.

“암 수술했어요.”

사모는 고양이들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돌아섰다. 지팡이를 짚고 집으로 들어가는 사모의 걸음걸이가 흔들렸다.

목사집 불이 계속 꺼져 있더니 긴 장마가 끝나던 날 아침, 사모가 쓰던 물건이 대문 밖에 나와 있었다. 얼마 뒤 인부들이 담장 아래 화단을 없애고 그 자리에 시멘트를 발랐다. 다음 날 나가보니 허옇게 마른 시멘트 위에 고양이 발자국이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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