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명상센터 아홉째날~열째날

미얀마 태국 여행 2018-2019 3화 양곤

by 김지현

아홉째 날

4시 반. 담마홀을 향해 가는데 스페인 여자가 내 옆을 지나가며 들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9 days!"

수련생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 서로 눈을 맞추고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고엔카는 나갈 날이 가까워지며 느슨해질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가지라고 독려했다. 그는 수행 9일째 되는 날의 우리 상태를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독려가 별 소용없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10일간 명상을 하면서 세 가지 종류의 마군에 사로잡혔다. 제일 처음엔 제이에 대한 미움, 다음엔 다리에 대한 걱정,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욕망. 앞의 두 가지에 사로잡혔을 때는 어떻게든 그것을 이겨보려고 애썼는데, 마지막 경우엔 마음이 밖으로 나가 돌아올 이유를 찾지 못했다.

밖에서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북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센터에 있는 동안 바깥세상은 소리로만 들렸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교회에서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담장 밖에서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거기에 합류하고 싶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려면 아직도 2박 3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가슴이 조이듯 답답해졌다. 제대를 앞둔 군인의 심정이 이와 같으리라. 그래도 나는 제 발로 들어왔고 열흘만 버티면 되지만, 군인들은 자기가 원해서 간 것도 아닌데 자그마치 2년이란 시간을 군에 갇혀 있어야 하니 그 답답함이 오죽할까. 게다가 그들은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가 아닌가. 그러나 국방부의 시계도 가고 센터의 시계도 갔다. 이제 이틀 후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나간 후의 계획으로 머릿속이 바빴다. 열흘 가까이 연락이 끊긴 서울 집 소식이 궁금했다. 그렇게 몸은 센터에 앉아 마음은 천 리 밖을 떠돌아다녔다.


열 번째 날

묵언을 풀었다. 센터 안에서 못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모두가 말을 하고 있었다. 서양아이들은 길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둘러서서 수선스럽게 떠들고, 미얀마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시아계 외국인들만 묵언이 계속되는 양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땅을 보고 걸어 다녔다.


퇴소하는 날

방청소를 했다. 홀가분했다. 제이는 나가봐야 빈방에 혼자 있을 일뿐이라면서 나가기 싫다고 했지만, 나는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짐을 챙겨 들고 누구보다 먼저 센터문을 나섰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파이부터 연결했다. 한국에서 온 메일과 카톡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틀려서 연결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빨리 확인하고 싶은 조바심에 지연되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겨우 와이파이를 연결해 카톡과 메일을 열 수 있었다. 스팸을 제외하곤 집에서 온 짧은 메일 한 통이 전부였다. 몇 날 며칠을 바깥 생활을 꿈꾸고 계획하였으나 메일을 확인하고 나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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