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국 여행 2018-2019 9화 방콕
아침이면 카페는 공원에서 운동하고 나온 손님들로 붐볐다. 나도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카페에는 식사 메뉴가 없으니 가는 길에 먹을 걸 샀다. 도로변에는 아침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는데, 나의 단골집은 옥수수 포장마차. 태국 옥수수는 한국 옥수수와 색깔과 맛이 다르다. 한국 옥수수가 미색에 담담한 맛이라면, 태국 것은 망고처럼 샛노랗고 달다. 나는 그 달콤한 맛에 반해서 먹을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먹으려는 욕심에 하루도 빠짐없이 옥수수 포장마차에 들렀다.
태국은 우리와 옥수수를 먹는 방법도 다르다. 태국에선 찐 옥수수를 통째로 들고 먹는 것 외에 또 하나의 옵션이 있다. 칼로 썰어 먹는 것. 손님이 진열대에서 옥수수를 고르면 장사가 그 자리에서 썰어준다. 칼로 옥수숫대에서 알갱이를 발라내는 것이다. 장사는 생선을 회 뜨는 요리사만큼이나 칼솜씨가 좋다. 옥수수 밑동에서 꼭지로 칼을 내리쳐 알갱이를 네 토막으로 발라내는데 한 치의 망설임이 없다. 옥수수 대에서 알갱이를 발라낼 때는 알갱이들이 서로 떨어져 흩어지지 않도록 대를 적당히 남기는 기술이 중요하다. 칼날이 알갱이 쪽으로 치우치면 알갱이들이 낱낱이 흩어져버릴 것이요, 대 쪽으로 치우치면 알갱이를 먹을 때 뻣뻣한 대를 씹게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솜씨를 배워보려고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집중하는데, 눈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칼날이 빠르게 움직인다 했더니 어느새 옥수수 알갱이는 네 개의 덩어리가 되어 비닐봉지에 예쁘게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 나는 찐 옥수수는 통째로 들고 먹어야만 하는 줄 알고 살아왔다. 옥수수를 통째로 들고 먹을 때, 어느 정도 뜯어 먹어서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에 구멍이 생기기 전까지는 알갱이가 깨끗하게 떨어지질 않아 먹기가 여간 추접스러운 게 아닌데, 그것도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태국식 옥수수 손질은 그 문제점을 간단히 해결했다.
나는 익숙한 재료가 못 보던 방식으로 다루어지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못 보던 방식이라는 게 생각해내기 어렵거나 하기에 복잡한 방식이 전혀 아니었다. 지금까지 옥수수를 먹으며 그런 시도를 안 했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에선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삶은 옥수수를 먹는 방법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는데 나이, 성별, 직업, 취미, 성격과 관계없이 한국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삶은 옥수수를 먹는 것이 갑자기 되게 이상했다.
태국에서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나를 놀래킨 음식이 또 있다. 삶은 계란이다. 매일 아침 공원에서 만난 멤버들을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관광가이드를 하는 걔도 그 멤버 중 하나. 걔는 아침마다 삶은 계란을 사 먹었다. 계란 장사는 자전거에 물건을 싣고 다녔는데 카페를 지나가다가 걔를 보면 손가락으로 구매할 계란의 개수를 묻곤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계란 장사가 유리창 너머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자, 걔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잠시 후 계란 장사가 삶은 계란 세 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들어왔다. 걔는 계란 세 개 중 하나는 내게 또 하나는 피나에게 주었다. 계란은 위아래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는데, 껍질을 까니 색이 누르스름했다. 맥반석 계란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먹어보니 흰자와 노른자가 완전히 섞인 채 속속들이 간이 돼 있었다. 구멍으로 간장과 설탕을 넣은 뒤 휘저어 간을 한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달걀을 삶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