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 제3화
어느 날 자전거포 앞을 지나다가 자전거를 샀다. 그날로 자전거 도로를 달려 한강까지 갔다. 물론 동동도 함께였다. 고수부지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니, 바다 같았다. “동동, 이런 거 첨 보지? 좋지?” 동동은 개들 오줌 냄새를 찾아다니느라 바빠서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엔 동동을 자전거 바구니에 안 태우고 뛰게 했다. 동동은 자전거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렸다. “와, 너 무지하게 잘 달린다!” 나는 동동이 자랑스러웠다.
그 후론 틈만 나면 한강에 갔다. 한강까지는 구로공단역에서 시작하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도로에 자전거가 너무 많거나 동동이 오줌 냄새를 찾아다니느라 자꾸 뒤처지면 자전거 바구니에 태우기도 했지만, 동동은 그 먼 거리를 거의 뛰어서 갔다. 한번은 뒤따라오는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아줌마! 아줌마는 자전거를 타고 가니까 편하겠지만, 개가 따라오느라고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나는 그 아저씨가 동동이 달리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런 소릴 하는 거라고 속으로 코웃음 쳤다. 동동은 달리는 걸 좋아했다. 동동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걸 모를 수가 없다. 동동이 힘들었다면 그건 더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야 자전거를 달리면 맞바람이 부니까 더운 줄을 몰랐지만, 몸으로 뛰는 동동은 사정이 달랐다. 내쳐 달리다 자전거를 멈추면 동동은 젖은 진흙 바닥에 배를 철퍼덕 깔고 엎드려 더운 숨을 헐떡거렸다.
나는 비 오는 날의 한강이 좋았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위의 자전거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다. 아무도 없는 자전거 도로를 동동과 나란히 달리면 ‘차르르르 차르르르’ 자전거 패달 밟는 소리와 ‘착착 착착’ 비 젖은 아스팔트에 동동 발톱 부딪치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다.
나는 동동에게 목줄을 거의 안했다. 줄을 하면 그 줄에 개만 매이는 게 아니라 줄을 쥔 사람도 매인다. 개가 가면 가고 개가 서면 서야 하는데, 그게 여간 속 터지는 노릇이 아니다. 그래서 목줄을 안 한 채 나는 내 속도로 가고 동동은 동동대로 제 볼일을 본 뒤 뛰어 나를 따라오는 식으로 보조를 맞추며 같이 다녔다. 그 방식이 걸어 다닐 때는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자전거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둘의 거리가 서로가 서로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벌어졌다. 자전거 도로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서로를 잃어버렸다. 나는 자전거의 속도와 주변 풍광에 취해, 동동은 오줌 냄새에 취해 우리는 번번이 서로를 잊었고,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보면 서로가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를 거꾸로 되돌려 달릴 때마다 그 먼 거리를 동동이 따라오는지 살피지 않은 채 달려왔다는 게 기가 막혔다. 온갖 불길한 생각에 시달리며 한참을 가다 보면 저만치서 나만큼이나 우왕좌왕하며 나를 찾고 있는 동동을 발견하게 됐다. 동동은 나를 보고 펄쩍 펄쩍 뛰며 반가워하다가 또 금세 길가의 기둥으로 볼일을 보러 다녔다.
매번 운이 좋았던 건 아니다. 동동을 진짜로 잃어버린 적도 있다. 자전거 도로 이쪽저쪽으로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동동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자전거를 세워 물어봐도 동동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개들이 5분이면 벌써 10리를 간다고. 안 잃어버리게 관리를 잘 했어야지.” 혹시나 해서 집에 가봤지만 집에도 없었다. 자전거 도로와 집을 몇 번이나 왕복하다가 집 앞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동동이 횡단보도 저쪽에 서 있었다. 두 시간 반 만에 혼자서 집에 돌아온 것이다.
#개 #강아지 #반려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