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동동

동동 제5화

by 김지현


우리 동네는 놀이터는커녕 앉을 의자 하나 나무 그늘 하나가 없는 데다 거리는 삭막하기 만 했다. 그런 환경이 어찌나 불만스러웠던지 언젠가부터 나는 틈만 나면 우리 동네에 공원을 짓는 공상에 빠져들었다. 예산을 짜고 공원부지를 물색하고 공원을 디자인하는 데 구청장이라도 된 듯 열심이었다.


그러다 방 하나 구할 돈이 생기자마자 나는 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접고 공원이 있는 동네에 방을 구했다. 그런데 집을 나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없으면 누가 동동을 산책시킬 것인가. 엄마는 시골로 내려간 지 오래였다. 이제 동동은 동생과 단둘이 살게 되는 것이다. 식구가 적어질수록 동동이 산책할 기회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생은 동동을 슈퍼나 은행 갈 때 데리고 다니는 게 고작인데, 그렇게 십분, 이십분 씩 나가는 게 동동의 성에 차지 않으리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대림동을 떠나 헤이리에 살게 됐다. 주위에 산과 들과 논이 있는 동네였다. 매일 산책을 다녔는데, 산책하면서 옆에 동동이 없는 걸 아쉬워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 틈날 때마다 동동을 데려와 같이 지냈는데, 동동이 오기로 하면 그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집을 나온 뒤로 엄마와 통화할 때면 화제의 80 프로 이상이 동동 얘기였다. 세상 단순한 것이 동동의 일상이라 매일 똑같은 얘기였지만, 하고 또 해도 싫증을 몰랐다. 동동 얘길 시작하면 엄마는 가뜩이나 큰 목소리가 더 커졌다. “막내 말이 너네 집에만 갔다 오면 동동이 화장실도 안 가고 잔다는 거야. 밥도 그렇게 많이 먹는대. 애기를 데려가서 밥도 안 먹이고 데리고 다니는 거야?” “혼자 있다가 내가 오니까 좋아하지. 나한테 막 뽀뽀를 해주고. 그래도 나랑은 오래 안 있어. 지금은 저 방에서 자.” “막내한테 나가자고 그렇게 졸라대는 거야. 안 나가곤 못 배기니까. 하루에 일곱 번을 나간대.”


헤이리에서 반년을 살고 성북동으로 이사했다. 집 마당이 산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지척이 산이었다. 매일 저녁 산으로 산책을 다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산책하면서 더는 동동을 떠올리지 않게 되더니, 동동을 데려와 같이 다닐 때면 동동에게 보조를 맞추는 게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아침저녁으로 데리고 나가는 게 귀찮고, 나갔다 올 때마다 발 닦이고 방 걸레질하고 걸레 빠는 게 귀찮았다. 동동에게 나는 개 냄새가 역했고 털 날리는 게 싫었다. 동동도 우리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불안해했다. 자기를 두고 내가 혼자 나가면 들어올 때까지 짖어댔다. 그래서 나는 집 앞 마을버스정류장에서 동동 짖는 소릴 듣다가 몇 번이나 나가길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야 했다.


남녀가 처음 만날 때는 상대에게 자기와 다른 점을 보고 반하는데, 나중에는 바로 그 점이 싸우고 헤어지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처음에 나는 동동이 말을 잘 듣는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동동은 말을 지나치게 잘 들었다. 동동은 내가 가르친 대로 혼자 나가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지 않고, 아무나 쫓아다니지 않았다. 문제는 거기에 아무 유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림동 집은 건물의 4층이라 동동 혼자 나가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성북동 집은 골목에 있는 주택이라 집 앞에 혼자 나가 다녀도 되는데, 동동은 문을 열어놔도 혼자는 아무 데도 안 갔다. 문 앞에 서서 나만 쳐다봤다. 또 공원 같은 데선 나 좀 앉아서 쉬게 저 혼자 돌아다니면 좋겠는데, 역시 혼자선 안 움직이고 옆에 서서 나를 쳐다봤다. 도대체가 나 없이는 안 움직였다.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하는 친구랑도 단 둘이는 안 나갔다. 꾀를 부리느라 목줄을 해 친구에게 데리고 나가게 했더니 동동이 집으로 가려고만 하지 자길 따라 걷질 않는다면서 5분도 안 돼 돌아왔다. 야단을 치기도 어려운 것이 동동은 내가 시키는 대로 잘 하고 있는 것인 데다가, 얌전히 쳐다보는 것 외에 달리 조르는 행동을 하는 것도 없었다.


#개 #강아지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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