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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by La Verna


나는 테니스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 된 초보다. 공이 네트를 넘기기만 해도 감격스럽고, 라켓이 내 의도를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내게 레슨을 무료로 그냥 해주시는 단장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초보상태에서 벗어나서 잘하는 사람들과도 게임해봐야지~" 그래서 나는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단장님을따라 그 ‘잘하는 사람들 모임’이라 일컫는 곳을 처음 가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40대초반쯤 되어보이는, 어딘가 말투가 강단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쎈언니 느낌의 그녀는 테니스장을 패션쇼 런웨이처럼 휘감으며 등장했다. 풀세팅된 테니스복장과 메이크업에, 추운날이었지만 상의는 반쯤 사라졌고, 하의는 보이는 부분이 너무 많은 무례한 반바지여서 나는 순간

‘어… 이거 내 시선이 실례인가, 옷이 실례인가’ 헷갈리며 땅만 보게 됐다.

그보다도 공을 칠 때 “꺄악! … 끼야아악!!”이라는 다소 생경한..어디서 들어본 듯한 신음 섞인 기합을 내지르며 전신의 어디를 쓰는지 알 수 없는 스윙을 날렸다. 약간 '샤라포바 짝퉁버전’처럼 보이스만 비슷했다. 난 멍하게 쳐다봤다. 실력은 그냥 ‘음… 그래도 좀 치신다?’ 정도로 생각하던 중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저기~ 혹시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라며 폰을 건넸고,

나는 “아 네네~” 하며 몇 장 찰칵했다.

그런데 그걸 보더니 그녀의 눈이 번쩍였다.

“와~ 너무 잘 찍으시네요! 느낌 있어요!

혹시 이 각도로, 살짝 밑에서 찍어줄수있어요? 자연스럽게요.."

나는 무릎을 구부리고 그녀를 찍어주었다.

그러니 한참지나서 내게 다가와 자신이 테니스 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흔쾌히 진심을 다해, 그녀의 ‘끼야악!!’을 놓치지않기위해 프레임을 돌려가며 진중하게 촬영했고, 성심껏 찍어드렸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 그리고 또다시.. 나는 공을 몇번 못 쳤지만, 아이폰은 뜨거워졌고,

그녀는 “느낌 알겠죠^^?” 라고하며

계속 계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속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 라켓을 보며 물었다.

“너랑 난.. 왜 만났니...?”

그리고 단장님께 조용히 연락을 드렸다.

“저 그냥 초보 모임에서만 칠게요ㅋㅋ”

초보 모임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아무도 꺄악소리를 내지 않고, 아무도 각도를 따지지 않고, 공은 네트를 넘겼고, 사람들은 땀을 흘렸다. 아, 그리고 오늘도 게임을 위해 테니스코트를 경쟁을 뚫고 예약했다. 나는 초본데, 왜 코트는 내가 잡고, 사람은 내가 모으고, 영상도 내가 찍지? 으으!! 오늘은 테니스 코트에서 홀로 벽을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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