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대한 미친 사랑
아침부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위대한 도전이자 숭고한 정신의 발현이다.
인간이 새벽에 일어나 물 한 모금 삼키고,
자발적으로 경사도를 선택해 오르막을 향한다는 건—인간 존재의 극치를 발산하며,
잠시나마 신의 의도를 훔쳐보려는 듯한 모습이 아닐까.
나도 산을 사랑한다.
더 정확히는, 한때 산을 미친듯이 사랑했다. 특히, 분당에 있는 불곡산이라는 산을 사랑했다.
이름부터가 이미 산 중의 스님vibe.
하지만 나는 혼자 산에 가지 못한다. 홀로 산에 오르지 못한다. 고독때문이 아니다.
내 안에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기억 하나가 나를 붙잡기 때문이다.
열몇 살, 그 무모함이란 이름의 계절에 나는 반바지를 입고 비장하게 불곡산을 올랐다. 산은 아름다웠고, 나는 혈기왕성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때부터 산을 사랑했다. 그런데 젊은 혈기는 가끔 판단을 흐리게 한다.
나는 절친한 친구들과 산 정상에서 달리기 시합을 시작했다. 자연법칙에 대한 도전.
정상에서 뛰기 시합을 하자고 제안한 건 나였다. 젊었다. 아니, 어쩌면..그냥, 멍청했다.
달리기 시작한 순간, 나는 물리 법칙의 일부가 되었다.
이상하게 내려갈수록 나라는 존재가 점점 가속도를 얻더니, 어느 순간부터 중력과 하나되기 시작했다.
나는 멈추고 싶었으나, 다리는 속도를 원했다.
'여기서 멈춰야지! 왜 안 멈춰지는 거야?'
"브레이크!!"
내 의지는 멈추라고 명령했지만, 다리는 “노우”를 외치며,
미드풋 착지를 시도하던 바로 그 타이밍에, 나는 절벽아래로 공기 저항없이 고꾸라지며
'어어....?! 나 지금 회전하고있어?'
그렇게
나는—자연과 하나 되어
...날았다.
품위있게 절벽아래로
돌고 돌며, 의도치 않게
공중회전을 시전하며
추락했다.
그 낙하의 끝은 피투성이였고, 내 옷들은 중력에 반항하며 펄럭이며 제멋대로, 거의 본능적으로 회전을 감행했다. 뼈는 신기하게 멀쩡했지만, 나의 영혼과 자존심,
사회적 생명에는 골절과 상흔을 입었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고, 그곳엔 전교생이 있었으며,
내가 선사한 광경은...
끔찍하다. 사회적 지위의 붕괴.
나는 겉옷이 뒤집힌 채 피로 멍들어 병원으로 향했다.
당시 소문으로 말하면, 나의 중2시절 부방장이 절벽아래로 떨어진 사건이었다.
"헐! 부방 산에서 떨어졌대!"
육체의 통증보다 수치가 더 컸다.
친구들은 내가 죽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음날 바로 학교에 붕대를 감고 미이라처럼 등교했을 때,
친구들은 잠시 묵념했다.
그날 이후, 나는 혼자 산에 가지 못한다.
등산보다 더 가파른, 인간의 기억.
전교생이 내 속옷을 목격한 그 수치스러움은 내 뇌리에 깊이 박혔으며,
그 기억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는다. 내 존엄이 산위에서 중력에 항복한 사건.
그러나 산은 여전히 나를 부른다.
그 부름은 달콤하고 청명하다!
그러나 나는 응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무릎이, 그날의 관절이,
아직도 그날의 속도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연골은 지금도 그 가속도를 떠올리며,
내 발을 조용히 붙잡으며 속삭인다.
연골 : "안돼.. 가지마...!"
무릎 : “우린 네가 날던 그날을 기억해… 다시는 날지 마… "
그러니 난 그저
그날의 산을 기억하며,
생각한다.
'산은 드높고,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의 속옷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