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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면,

새벽 5시

by La Ve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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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되면, 최근 나의 일상이 나의 요즘 삶의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는 한다.

아침마다 핸드드립으로커피를 내리는 루틴의 그 짧은 시간. 뜨거운 물이 원두를 적시며 피어오르는 향과 천천히 떨어지는 커피 소리를 듣는 시간조차 당연한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출퇴근길, 익숙한 풍경 속을 걸어가거나 차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하루를 마치고 폼롤러 위에 몸을 맡겨 긴장을 풀어내는 그 평범한 루틴들.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상실된 일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소한 루틴들을 '해야 할 일'로만 여겨왔다. 그것들이 내 일상의 권리이자, 영원히 보장되어야만하는 것인 듯 지냈다. 건강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일터로 향할 곳이 있다는 것, 하루의 피로를 스스로 돌볼 여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거저 주어진 은총일까.

나에게 펼쳐지는 모든 무탈한 일이나, 일상의 하루를 평온하게 유지해 가는 것은 분명 하늘이 거저 베풀고있는 선물. 은총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 분명한 선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는 이에 부응하는 감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나에게 내재된 많은 거만함과 오만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 평안을 누리는일을, 나의 권리인 양 여기는 나의 태도에 스스로 놀라곤 하지만, 더 놀라운것은 내가 평소 고마워하지 못하는 바로 그 시간들 속에도 은총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려운 일도 있다. 삶에서 어렵지 않은 일, 힘든일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은 삶과도 같기 때문이다. 어떠한 역동이 허락된다. 그리고 나는 그 허락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은, 그것은 곧 하늘이 거저 주는 선물이다.

잃어버린 지갑을 일주일 만에 그대로 되찾는 일, 당연히 겪어야 할 위기를 기적처럼 모면하는 일. 그런 극적인 에피소드들뿐 아니라,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릴 수 있는 평범함, 출퇴근길을 무사히 오가는 일상, 잠들기 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유—이 모든 평범한 일들이 내 삶에서 계속해서 발생해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주말마다 다시금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 일상의 기쁨을 발견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면서도 하늘이 거저 주는 선물이다.

휴식은 중요하다. 긴장을 풀어내듯, 마음속 굳어진 오만함도 천천히 풀어내야 한다. 삶의 작은 순간들을 음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반복되는 그 여정 속에서도,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즐거움을 발견해야 할것이다.

이토록 감사를 다하지 못하는 나에게까지 이러한 선이 지속된다는 사실 앞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것또한 또 다른 은총임을 본다—후회할 줄 아는 마음, 더 나아지고 싶은 갈망조차도 내 힘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사한 날들의 작은 루틴들이 선물임을 잊지말자. 그리고 감사할 수 없는 나조차 감싸 안는 그 더 큰 은총을, 오늘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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