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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Sep 09. 2018

스페인 사람들은 휴가를 어떻게 사용할까?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04 스페인의 휴가

스페인 사람들의 휴가철인 8월이 끝난 9월, 8월엔 텅텅 비었다시피 했던 사무실도 거리도  이제 다시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래서 오늘은 스페인 사람들은 그리고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면 휴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적어볼까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나라 국민답게 휴가도 아주 열정적으로 사용하고 즐긴다.


스페인 사람은 일 년에 보통 며칠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정규직 직원은 법적으로 한 달에 2.5일을 유급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계산하면 12개월에 30일이지만 일하는 평일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 계산해서 1년에  22일~23일을 유급 휴가로 사용한다. 그리고 계약서 따라서 23일에서 하루씩 더 늘어나서 더 많은 휴가를 가질 수 있다.

스페인에서 정규직이란 Contracto indefinido(직역하면 무기 계약직이지만 한국의 정규직과 비슷한 개념이다.)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와우! 주말 포함하면 1년에 한 달을 휴가로 쓸 수 있다니 이 곳이 천국이구나 라는 생각을 취업 초기에 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5년이 지난 지금은 23일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지! 23일의 휴가도 모자라서 어디서 휴가를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턴 혹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up to 계약서!

필자가 인턴으로 근무할 때는 첫  6개월은 6일 그리고 그다음 6개월은 12일을 유급 휴가 사용할 수 있었다. 1년에 18일이니 정규직과 그리 차이가 없었다. 물론 내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회사가 도의적으로 지원해 준 것이었다. 참 배려심 깊은 스페인 회사!

그리고 현재 우리 팀에서 일하는 비 정규직을 보면 각자가 에이전시와 맺은 계약에 따라서 다르지만 경력이 좀 있으면 정규직과 비슷한 유급 휴가를 그리고 경력이 짧은 경우에는 무급으로 자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것을 보았다.


휴가를 즐겨요~
스페인 사람들은 휴가를 어떻게 사용하고 즐길까?


스페인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휴가를 8월과 12월에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8월이 되면 도시와 사무실이 텅텅 비고 많은 가계들이 작은 쪽지에 나 휴가가!라고 붙여 놓고 문을 닫는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회사가 8월에 통째로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짧게는 크리스마스 주간 혹은 길게는 1월 첫째 주 동방박사 오신 날까지 2주 연속으로 휴가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스페인의 경제위기 이후 이런 문화는 아쉽게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연말이나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곳이 많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서 8월에 출근해 보면 회사는 한산하고 매일같이 쏟아지던 업무 관련 메일은 50% 이하로 줄어든다. 또한 8월에는 버스도 한산해서 항상 앉아 갈 수 있고, 도로에 차도 많지 않아서 소음이 훨씬 덜하다.


그리고 공공기관들은 8월에 단축근무를 하고, 지하철 공사, 도로 공사 등 각종 보수 공사는 자국민 배려 차원에서 8월에 몰아서 한다. (세계 최대의 관광 국가라고도 할 수 있는 스페인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8월에 공사를 자주 해서 의아했는데 자국민 배려라는 설명을 듣고 급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휴가는 인간의 권리!

스페인 사람들은 휴가를 사용할 때 눈치 보지 않고 길게 사용한다.

필자가 스페인에 오기 전에 한국 기업에서 3년을 종사했었다. 그때 당시 회사가 군대식이다 보니 주말 포함 5일 휴가를 쓰는 것도 엄청난 눈치를 보면서 조심조심 사용했었다. 그것도 운이 좋으면 1년에 두 번 6일을 그리고 운이 나쁘면 1년에 한 번 3일밖에 사용 못하고 나머진 버리거나 돈으로 돌려받았었는데 스페인에 와서 제일 놀랐던 게 23일을 연달아 사용하는데도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인에게 주어진 권리를 누리는데 왜 눈치를 보느냐는 게 이들의 말이었고 처음에는 내가 가면 일은 누가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필자도 어색해했지만 이제는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일례로 스페인에서 내 첫 상사는 직장을 다니면서 밴드로 활동하는 뮤지션이었다. 그녀는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휴가를 사용하는 8월에 23일을 모두 사용해서 한 달을 이비자로 떠났다.(뮤지션이기에 이비자 클럽에서 공연하기 위해서 휴가를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상사도 전적으로 지지해 주었고, 그녀가 없는 동안 대신 일을 해야 하는 다른 담당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우리 팀에서 놀란 사람은 오직 필자와 다른 아시아 동료 둘이 전부였다. 스페인 직원들과 유럽 직원들은 모두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문화 차이인 걸까?


해변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태닝하다보면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스페인 사람들은 휴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언어교환을 하면서,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스페인 친구들과 휴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필자가 휴가를 사용하는 방법을 그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필자는 휴가를 며칠 단위로 쪼개서 가고 싶었던 유적지 혹은 도시들을 방문해서 여행을 한다.


스페인에서 일하던 초기만 해도 나에게 쉬러 가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 여행은 이상한 여행이었다. 어디를 가서 보기라도 해야 하고 아니면 무슨 액티비티라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많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휴가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또는 가족들과 쉬는 것이었다. 한 달씩 해변 혹은 산속의 별장(경제 위기 전만 해도 많은 스페인 중산층 가정들이 사는 집과 여름휴가용 집을 따로 가지고 있었다.)에서 쉬면서 재 충전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었고 그런 그들의 입장에서 휴가를 잘게 나눠서 1일 1장 소 방문을 목적으로 여행 다니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때 내 눈에는 그들이 이상하게 보였었다.


스페인에서 오래 산 지금은 필자 역시도 며칠씩 해변으로 휴가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태닝 하고를 반복하는 생활을 한다.(안타깝게도 필자는 아직 23일을 모두 해변에 투자하는 휴가는 못한다.. 그러기에는 한국도 가야 하고, 유럽에도 아직 못 본 곳이 너무 많아서...)


이게 무의미한 것 같지만 이렇게 쉬고 돌아오면 일상이 훨씬 활기차고 즐겁다. 아마도 스페인 사람들이 낙천적이고 열정정인 것은 진정한 휴가를 즐길 줄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스페인 취업, 혹은 이민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도 법정 휴가와 휴가를 사용하는 방법 면에서는 스페인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휴가는 필자가 스페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에서도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휴가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스페인에서의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한 번쯤 고려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여 또다시 스페인에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법정 휴가와 휴가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의 마인드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글을 마친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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