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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Dec 03. 2018

스페인에는 퇴사 시 퇴직금이 없다...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16 퇴사

한 회사를 길게 다니다 보면 퇴사하는 사람들도 보게 되고 해고당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퇴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직이 확정되었거나 정말 새로운 길을 가는 경우였고, 해고를 당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것이었지만 다들 기분 나쁘지 않게 회사를 나갔었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지만 내가 팀장이 되고 퇴사와 해고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자 그들이 이해가 되었다.

스페인에는 퇴직금이 없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내가 비교적 쉽게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퇴직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일하면 1년 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퇴직금과 회사생활 동안 모아둔 저축을 합치면 재취업을 할 때까지의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페인에는 이런 퇴직금이 없다! What!? 복지가 그렇게 좋은 스페인인데 왜...?


아마도 복지 제도가 우리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한다. 스페인은 매달 일정 금액을 퇴직금을 위해 적립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다만 매달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같은 세구리닫소시알에 세금 형식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향후 정년퇴직했을 때 매달 팬션 즉 연금을 받는 형식이 있다.(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정년퇴직 후 받는 이 연금이 우리나라 국민연금과는 달리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많다.)


이러한 이유로 스페인에는 자발적인 퇴사의 경우 퇴직금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 피니끼또라고 남은 휴가 보상금이라던가, 일한 만큼의 보너스 보상금 등이 나오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퇴직금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발적 퇴사를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때로는 자발적 퇴사보다는 해고당하기를 선택한다.


퇴직금이라는 것이 없기에 스페인의 많은 노동자들의 이직을 정한 후에야 자발적인 퇴사를 하거나 아니면 회사 생활을 계속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일부는 자발적 퇴사를 피하기 위해 스페인의 좋은 복지제도를 악하게 이용해서 일을 게을리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정신상의 이유로 병가(Baja)를 내서 월급을 받으면서 쉬기도 한다.


실제로 예전 우리팀에서도 아프다며 법적으로 허용되는 3일 이내의 병가를 수시로 내고, (예전에 적었던 스페인 병가와 관련된 글에서 언급한 병가를 악용하는 직원의 전형이었다.) 일의 능률은 다른 팀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일이 하기 싫은 게 역력함에도 자발적인 퇴사는 하지 않는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의 경우는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 매주 시행된 면담에서 나와 인사팀에 직접적으로 해고해 달라고 말을 했었다.



직원: 나는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회사는 내 능률이 마음에 안 드는 거지?

나: 몸이 좋지 않으면 적법하게 병가를 내고 길게 쉬어. 그리고 완전히 회복되었을 때 돌아와. 하루, 이틀, 이런 식의 병가가 아니라.

직원: 길게 아픈 게 아니라 잠깐씩 아팠다가 괜찮아지니까 그런 병가를 내는 거지


(잠깐씩 아프다는 말에 코웃음이 나왔다. 실제 이 직원의 경우 병가 내고 파티 간 사진을 인스타에 올린다거나, 병가 낸 후 다른 곳 면접을 갔다가 동료 직원에게 발각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은 개인적인 사생활이라서 스페인에서는 해고 사유가 될 수도 없고, 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저렇게 당당하게 잠깐씩 아파서 병가를 낸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 그럼 괜찮아져서 돌아왔을 때는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데 넌 절반 정도밖에 못하잖아.

직원: 그게 내 최선이야.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내 상황에서

나: 회사는 주관적인 최선이 아니라 객관적인 최선을 원해.

직원: 내가 최선을 다하지만 회사는 내 최선이 마음에 안 들고, 나도 나를 압박하는 회사에서 일하기 힘들어. 이럴 거면 나를 해고해.

나:.......(뭐... 저런 또라이가....)



마지막에는 교묘히 책임을 회사에게 돌리면서 내 말문이 막힐 정도로 당당하게 자기를 자르라고 하길래 무슨 저런 또라이가 다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면담을 한 인사팀 담당자는 초탈한 듯이 받아들인 후에 스페인에서는 간혹 저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스페인은 문책성 해고시에는 직원의 귀책사유를 회사가 입증해야 해고 위로금 없이 해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그 외 다른 사유로 해고를 할 경우에는 회사가 해고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회사는 1년에 회사 정원의 10프로 이상을 해고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악용해서 저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직원들이 꽤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기 발로 나가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절대 자발적인 퇴사는 하지 않고 회사가 자기를 자르기만을 바라기도 한다고 했다. 내가 그토록 좋다고 찬양했던 스페인의 복지제도가 악용되는 순간이었다.




스페인에는 퇴직금이 없다는 타이틀과 자발적 퇴사보다는 해고를 바라는 직원 예까지 보면 스페인의 제도가 좋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해고의 종류와 체계, 그리고 실업급여 제도를 자세히 보게 되면 스페인의 복지제도는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좋은 방향으로 이용되면 한없이 좋은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 해고와 실업을 언급하면 글이 많이 길어질 것이기에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한 언급을 기약하며 오늘 글을 마친다. To be continue...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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