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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Feb 11. 2019

연봉 협상의 시기가 돌아왔다.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18 연봉 협상

한국의 설날 같은 크리스마스와 동방박사 오신 날이 지나고, 벌써 1월의 마지막이 되었다.  2월이 다가오면서 회사 내에 떠오르는 테마가 연봉 협상이다. 물론 회사마다, 그리고 계약 조건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최근 몇 년간 2월에 연봉 인상 관련 안내를 받았었다. 그래서 오늘은 연봉 협상에 대해서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글을 적어볼까한다.


연봉 협상은 언제? 


스페인 내의 모든 회사가 연봉 인상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기적으로 직원 평가를 하고 연봉을 인상해 주는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연봉 인상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정규직은 따로 계약이 갱신되지 않지만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년 단위로 계약서가 갱신된다. 그래서 계약서 작성한 달이 매년 연봉을 인상할 수 있는 달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어도 매년 일정 시기가 되면 연봉을 인상해 주는 걸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긴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예전에 한국에서 두 달 정도 재택근무를 할 때 팀장이 연락이 와서 연봉을 인상해줘야 하는 시기인데 깜빡했다면서 내가 먼저 요청하기도 전에 연봉을 인상해 준 적이 있었다. 후에 팀장이 회사를 그만둔 후 사적인 자리에서 내게 말하길, 일을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유럽 애들처럼 연봉 인상 요청을 안 해서 안타까운 마음 반, 혹시 한국에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반으로 연봉 인상을 먼저 제안했다고 말해주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많은 연봉은 아니었지만 유연한 시간과, 나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주면서 스트레스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 연봉에 불만이 없었다. 그래서 인상 요청을 안 한 건데 나의 조용함을 팀장은 다르게 해석했고 그래서 아무런 수고 없이 연봉이 인상되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연봉 인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실례로 나와 같은 회사의 다른 팀에 있던 동료의 경우에는 내가 2번에 걸쳐 연봉이 인상되는 2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봉이 인상되지 않았고 이를 나중에 알고 많이 분개했더랬다. 그 동료가 항의를 하자 그 팀 팀장이 '네가 연봉 인상 요청을 하지 않았잖아'라고 쿨하게 답했다고 한다.


이 무슨 어이없는 경우인가 하겠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꽤나 보았다. 특히 이 곳에서 일하는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많이 목격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는 아시아인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아시아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일을 잘하면 회사가 알아서 대우해 줄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돈과 관련된 것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인식이 아직도 자리 잡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연봉 협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이 아시아가 아니니 이런 마인드는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내 계약서가 갱신되는 그 달, 혹은 직원 평가가 있는 달, 팀장과 면담을 하면서 연봉 인상을 요청하면 될까? 이 시기에 이르러서 연봉 인상을 요청하면 이미 늦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팀장이 하는 직원 평가 면담 혹은 계약서 갱신 면담은 이미 인사팀과 1달 여전쯤 합의가 된 내용들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까 말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서 말하면, 계약 갱신 시기 혹은 직원 평가가 있기 최소 1~2달 전에는 팀장과의 짧은 면담을 통해서 자신이 지난 1년 동안 해 온 것들과 능력치들을 어필하고 연봉 인상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래야지 팀장도 고려할 시간이 있고 행정적 절차 및 예산을 인사팀과 의논한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봉 인상 협상은 어떻게?  


적절한 시기 팀장과의 면담을 잡았다면 연봉 인상 요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일을 누구보다 잘하고 성실하니까 연봉을 인상해줘'

'벌써 회사를 X 년 이상 다녔으니까 연봉을 인상해줘'

'XX는 얼마 받는다던데 난 그 직원보다 일을 잘하니까 인상해줘' 


등을 이유로 연봉 인상을 요청한다면 백이면 백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이 글을 보면서 누가 저런 식으로 연봉 인상을 요청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저렇게 인상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다...


내가 그냥 팀원이었을 때 그리고 팀장으로 일하면서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연봉 인상을 요청할 때 제일 좋은 것 내 입장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연봉 인상이 필요한 이유들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래의 세 가지 방법이 내가 연봉 협상을 할 때 혹은 직원들을 평가할 때의 기준이 되었다.


첫째, 수치를 들어서 전년과 올해 그리고 자신이 회사에 기여한 바를 비교해서 말하는 것이다. 숫자만큼 정확하게 나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것은 없다.


둘째, 직종 혹은 포지션 상 그것이 어렵다면 자신이 회사에 기여한 바를 정확한 프로젝트 혹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면서 인상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셋째, 이마저도 찾기 힘든 경우에는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 일의 볼륨과 표준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에서 감수해야 그것을 비교해서 자신이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요청할 최대 인상치 와 최소 인상 치를 정해 놓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 금액 없이 인상 요청을 하고 팀장이 인상해 줄게 했다 하더라도 결론적으로는 연봉이 소폭 인상되고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자신이 인상을 바라는 금액을 1000, 2000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해당 금액을 정확하게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100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금액에 근접한 연봉으로 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을 잘했을 경우에...;;)


올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 연봉 인상 협상도, 그리고 우리 팀원의 직원 평가 및 연봉 관련 면담도 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해가 바뀌니 매년 해 왔던 것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외국에서 일한다면, 호봉제가 아니라면 나 자신도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시기적절하게 회사에 그리고 상사에게 나를 잘 팔아서(?) 연봉 인상을 쟁취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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