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얼마예요? 연봉은요?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15 자산, 그리고 연봉
해외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꽤 괜찮은 월급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딱 나 혼자 먹고 살만큼만 번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월세 내고, 먹고, 생활하고, 그리고 간간히 여행을 다닐 정도의 돈...
물론 이건 나의 이야기일 뿐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평균 월급이 높은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라면 다를 수도 있지만 내 케이스는 유럽 같지 않은 유럽 스페인에서 일하기에 월급이 그리 높지 않고 살 만큼만 버는 수준이다.
얼마 전 한국의 20-30대 1인 평균 자산이 1억 얼마, 대한민국 평균 자산은 2억 얼마, 평균 연봉은 3000~4000만 원 등등의 자산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았다. 나도... 30대인데... 나는 저만한 자산이 없다. 한국에서 계속 일을 했다면 어쩌면 내 자산도 저렇게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안 가본 길은 모르는 거니까...)
스페인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만약 해외 취업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취업 국가로 스페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스페인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고, 버는 만큼 세금 요율이 다르지만 생각보다 세금이 높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스페인 최소 월급은 858유로 남짓이다. 아마 한국돈으로 110만 원 정도...
또한 얼마 전 기사에서 나온 사실을 토대로 보면 스페인 근로자 45%가 평균 연봉 약 18300유로(약 2300만 원) 이하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의 연말 정산과 같은 개념으로 매년 5월에 하는 세금 신고 데클라라시온 데 렌타(Declaración de renta)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연봉은 년에 약 22000유로 (약 2500만 원) 정도이다. 많은 스페인의 젊은이들이 최소 월급을 받거나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연봉을 받는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절대 스페인의 연봉은 높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페인에 살고 있고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큰 어려움 없이 사는 이유는, 집 값을 제외한 많은 물가가 저렴하다. 그리고 세금을 꽤 내는 만큼 병원도 무료고, 교통비도 저렴하며, 학비도 저렴하고, 생필품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실직을 해도 근속연수 기준 실업급여를 최고 2년간 받을 수 있다. 또한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 노후에 받는 연금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많은 돈을 받지 않더라도 만족하며 즐겁게 사는 게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돈을 벌려고 스페인 취업을 택한다면 말리고 싶다. 하지만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스페인을 선택한다면 나는 찬성한다.
나는 스페인에 살면서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많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나 자신에 만족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같은 나이대 한국인의 평균 자산을 보니 왠지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정말 내 나이에는 저 정도의 자산이 있어야 하나', 등등의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절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불만족 감만 들기에 얼른 잡생각들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런 결과든 저런 결과든 그 선택은 내가 했고, 지금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행복하면 되는 것이기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by. 라비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