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트셉수트>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중 한 명인 하트셉수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매력적인 캐스트, 음악을 내세웠지만, 불친절하고 구멍 뚫린 전개가 매력을 깎아 먹은 아쉬운 2인극.
구성 - ★★☆☆☆
이집트의 파라오 하트셉수트와 복수를 위해 접근한 아문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의 인연, 비밀과 복수라는 재미가 없을 수 없는 흥미로운 설정(클리셰는 재밌으니까 결국 클리셰가 된 것!)은 좋았으나,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않고 관객에게 지나치게 불친절하다. 극 상 주인공들의 감정선과 관객의 이해 사이에 거리가 있어, 중요한 비밀과 감정이 뒤늦게 전달된다. 매력적인 장면들이 있지만 전개의 타이밍을 놓친 듯해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음악 - ★★★★★
90분정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무려 23곡의 넘버들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솔로곡부터 듀엣곡까지 모두 훌륭하다. 난해하지 않은 듣기 좋은 멜로디로 가득하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고음 파티, 극 내내 무대 뒤에서 연주해주는 라이브 세션까지. 보는 내내 귀가 즐겁다.
무대/연출 - ★★★★☆
이집트 궁전을 연상시키는 벽과 기둥이 인상적이고, 무대를 분할하는 효과적인 연출도 뛰어나다. 조명도 꽤나 화려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조명으로 바다를 표현하던 장면, 적들의 급습으로 두 주인공이 맞서 싸울 때 조명으로 적의 칼날, 화살을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였다.
하트셉수트와 아문을 표현하는 두 배우는 매력적이고, 이 두 배우들이 말아주는 고음이 난무하는 노래들은 관객들에게 도파민을 선사한다. 하지만 극 자체가 너무 많은 부분을 관객의 상상력에만 맡겨버렸다. 은유적인 노랫말과 배우의 감정에만 기대서는 극을 따라가기 어려웠고, 전개의 어색함 때문에 지루한 순간도 있었다.
스토리의 순서를 바꾸거나, 비밀, 갈등 요소가 조금 더 일찍 등장했다면 훨씬 매력적인 극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어거지로 만들어낸 해피엔딩은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여운을 없애버렸다. 차라리 비극으로 끝났다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