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시작되기 무섭게 파리 전역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이제는 대중교통뿐 아니라 길거리나 회사에서도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집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얼굴을 가리고 살아가는 날들의 연장이다. 파리 마스크 의무화 첫날. 경찰들이 거리와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하지 않거나 소위 말하는 턱걸이로 하는 이들을 잡았다.
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게 "마스크"라고 소리 질렀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정차하자마자 "밖으로!"라고 명령 후 승객을 따라나섰다. 범죄자 진압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게 범죄가 되는 세상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그 누구도 감히 예측한 적 없는 세상이다. 이전만 해도 범죄자 하면 마스크를 쓴 상상을 하곤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범죄자는 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 귀갓길. 어둑어둑한 밤에 마스크를 쓴 남성을 마주칠 때면 빨라지는 걸음도 이런 이미지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국가 봉쇄 두 달의 시간 동안 집에 갇혀 있으면서 주문처럼 자기 최면을 걸곤 했다.
'곧 끝날 거야. 곧 끝날 거야'
두 달의 기다림 끝에 집 밖으로 나갈 수는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을 날은 아직 한참 멀었을 지도 아니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 한구석을 죄어왔다. 친구에게 말하자 그녀는 공감하며 말했다.
"웃긴 건 뭔지 알아. 이제는 거리에서 맨 얼굴인 사람을 보면 충격을 받는다는 거야. 왜 마스크 안 쓰고 있어, 라는 생각 먼저 하는 거지. 평생 마스크 쓰고 살아온 사람처럼."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법을 어기며 훤히 드러낸 얼굴들을 길가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하며 못 볼 걸 본 마냥 발걸음을 재촉했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게 충격과 두려움을 주는 세상. 이 새로운 세상에 나도 모르는 새에 이미 완벽하게 적응을 완료한 채 살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살아간다'
이 표현은 종종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곤 했었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며 살아간다는 뜻으로 말이다. 이제 이 표현은 상징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마스크를 쓰게 됐으니
하지만 종일 마스크를 쓰게 되니 유심히 봐도 보일 듯 말 듯하던 타인이 더 안 보인다. 예전에 누군가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누가 정말로 웃는가 보려면 눈을 봐야 해. 입으로 웃는 건 억지웃음일 수 있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눈으로 웃는 게 진짜야."
그 후로 나는 상대방이 웃을 때 눈가를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근대 막상 눈만 남으니 이전보다 더 헷갈린다. 진짜 웃는 건지 예의상 눈웃음 짓는 건지.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만 창도 집이 있어야 창이지.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길을 걷거나 지하철에 앉아 낯선 이들의 얼굴을 궁금해하며. 나 역시 가끔 내 마스크 위로 누군가의 시선이 잠시 머무르는 걸 느끼며. 그럴 때면 궁금해진다.
내가 당신의 얼굴이 궁금한 것처럼
당신도 내 얼굴이 궁금한지
135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만 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내야 하는 벌금이다. 거리나 공원에 오롯이 나 홀로 있어도 (물론 그럴 일은 많지 않지만)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불평할 수는 없다. 모두를 위한 거니까. 모두가 다 잘 협조하여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어제 한쌍의 연인을 보았다. 막 피어나는 푸릇푸릇 한 젊음을 풍기는 연인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자마자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열정적인 키스를 시작했다.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정지된 그들만의 시공간 속에서. 너무도 뜨겁게 포옹하는 이들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의문만 맴돌았다.
‘키스하느라 벗는 마스크도 벌금일까?’
포개진 입술을 결코 뗄 줄 모르는 이들을 향해, 엊그제 지하철에서 봤던 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고함치는 장면을 떠올렸다. ‘마스크!’ 웃기지만 웃기지만은 않았다.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던 믿음은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 결코 마스크 의무화 및 착용을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Illustration by LOÏC MAZALREY ' Le Baiser au temps du covid. S'embrasser avec des masques.'